SeAH BLOG
SeAH STORY
SeAH INSIGHT
SeAH PEOPLE
SeAH PLUS+

Plus+ 2025-11-12

경상남도 하동 여행, 차(茶)와 문학의 향기를 따라

지리산 자락과 섬진강이 만나는 경상남도 하동군은 천년이 넘게 차(茶) 향기를 품어온 곳이다. 신라 시대부터 이어진 시배지의 역사를 간직한 이 곳은 매년 봄이면 온 마을이 초록빛 찻잎으로 물든 모습을 뽐내며 한국 차 문화의 현주소이자 전통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여행지로 사랑받고 있다. 우릴 때마다 차가 조금씩 다른 맛을 내듯, 자연도 계절마다 새로운 깊이를 빚어낸다. 무르익어 가던 가을, 차 문화를 꽃피운 하동에서 느림의 미학과 야생 차나무, 그리고 거목 박경리의 문학을 만났다.

하동 가볼만한 곳: 쌍계사 차나무 시배지와 야생차박물관

하동 가볼만한 곳

차나무 시배지(법향다원)의 의미

하동군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 방면으로 가면, 야생 차나무들이 신비롭게 줄지어 앉은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고즈넉한 사찰과 같은 연륜을 풍기는 이곳이 바로 2008년 8월, 공식차 시배지로 등록이 된 '쌍계사 차나무 시배지'이다. 우리가 보통 아는 차밭이 가지런히 늘어선 모습을 하고 있다면, 시배지는 동글동글한 차나무들이 모여 색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법향다원'이다. 신라 흥덕왕(828년)에 당나라 사신으로 간 김대렴(金大廉)이 차 씨앗을 들여온 후, 왕명으로 지리산 일대에 처음 차나무를 심으면서 조성됐다고 알려졌다. 지금도 화개장터 동서쪽 산기슭부터 쌍계사를 거쳐 범왕리에 이르는 화개천의 양쪽 기슭에는 야생상태의 차나무밭이 12km나 뻗어 있다.

하동 야생차박물관과 다도체험

하동 야생차박물관

차 시배지 길 건너 맞은편에는 시배지의 역사와 차문화를 모두 모은 '하동 야생차박물관'이 위치해 있다. 박물관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은은한 차향이 코 끝을 간지럽히고, 한쪽에는 그윽한 매력을 가진 다기가 전시돼 있다. 차가 어떻게 이 땅에 전해졌는지, 하동의 기후와 산세가 왜 차 재배에 좋은지, 그리고 찻잎이 한 잔의 차로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이 하나 둘 펼쳐진다. 직접 찻잎을 따고 덖으며 차를 만들어볼 수도 있고, 전통 다례를 배우는 다도체험도 가능하다.

박물관 뒤로 향하면 야생차밭을 만날 수 있어 찻잎이 만들어낸 초록의 산책길을 걸으면 차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차시배지와 야생차박물관을 둘러보고 나면, 천년의 세월을 이어온 한국차문화의 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하동 여행코스: 정금차밭·단금정·천년차밭길

경상남도 하동 여행

도심 다원 카페에서의 휴식

초록 물결을 눈에 담은 여행자는 자연스레 도심 다원 카페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카페는 삼각 캐빈과 오두막 쉼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상의 피로는 잊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알맞다. 차 바구니 세트를 미리 예약하면 하동산차와 디저트를 함께 즐기며 더 느긋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정금차밭과 단금정 전망 포인트

도심다원에서 차를 타고 약 5분 정도 가면 안개가 자욱하고 다습한 '정금차밭'의 넓은 품으로 들어가게 된다. 봄이면 작은 야생화가 차밭 사이사이로 피어 조화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정금차밭의 맨 꼭대기에는 '단금정'이라는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차밭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 촬영 명소로도 유명하며, 녹차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절경을 볼 수 있는 명당으로도 꼽힌다.

천년차밭길 트레킹 팁

더욱 몰입감 있는 하동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천년차밭길' 트레킹 코스도 좋다. 천년차밭길은 차 시배지에서부터 정금차밭까지 이어지는 약 2.7km의 산책코스인데, 데크길과 마을 오솔길이 교차해 트레킹이 수월한 것이 장점이다. 약 50분 정도의 시간동안 한적한 자연을 감상하며 감성과 휴식에 동시에 취해도 좋다.

문학의 향기: 평사리 최참판댁과 박경리문학관

하동 평사리 최참판댁

하동을 찾는다면 차밭 말고도 꼭 들러야 할 또 다른 명소가 있다. 단금정에서 약 13km 정도, 섬진강을 따라 내려가면 푸른 들판 위에 부부처럼 나란히 선 두 그루의 소나무가 기다리고 있다. 마치 오래된 풍속화를 보는 것 같은 풍경을 가진 이곳이 바로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 '평사리 최참판댁'이다.

<하동학개론>에서 시인 조문환은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캔버스의 그림이 되는 곳"이라고 이곳을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평사리는 초가와 기와집이 한폭의 풍경화처럼 어우러진 마을이다. 실제 인물이 살던 집은 아니지만, 소설 속 주인공이 살던 저택을 충실히 재현해 놓은 모습이 돋보인다. 사랑채의 대청마루에 올라앉으면 평사리의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흙담과 돌담이 서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한옥의 매력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특히 가을에 열리는 '토지문학제'에 맞춰 평사리를 찾으면 문학과 가을의 낭만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박경리문학관 관람 포인트

하동 박경리문학관

바로 근처에는 소설 <토지>를 집필한 박경리의 생애를 볼 수 있는 '박경리문학관'이 있다. 1969년에 43세의 나이로 대표작 <토지>의 긴 여정을 시작한 그녀는 암 투병과 사위 김지하 시인의 투옥 등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버티며 3만여 장의 원고를 써내려갔다. 그녀가 세상에 내놓은 수많은 글과 <토지>의 초고 앞에 서면, 작가의 눈으로 또 다른 평사리를 바라볼 수 있다.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의 배경과 겹쳐지는 순간, 자연이 곧 문학의 무대였음을 깨닫는다.

박경리문학관에 가면 그녀가 생전에 사용했던 유품 41점을 비롯해 평사리 배경 사진 등 관련 자료를 함께 볼 수 있다. 척박한 땅을 일구던 손으로 문학의 뿌리를 키워낸 작가의 굳건한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하동 숨은 명소의 여운

차와 문학의 향기가 짙게 깃든 하동을 감상하다 보면, 여행자는 어느새 자연과 하나가 된다. 쌍계사 시배지에서 다원, 그리고 평사리에 이르는 길은 차와 문학, 그리고 자연이 만든 또 하나의 작품이다. 하동의 자연은 오늘도 여행자의 마음에 차향처럼 스며들어, 다시 찾고 싶은 여운으로 남는다

하동 녹차와 즐기는 음식과 디저트

문학이 더해진 하동의 차향을 오롯이 즐기고 나면, 그 여운을 달콤하게 이어주는 음식과 디저트를 만나볼 차례다. 전통 다식과 떡, 그리고 녹차를 활용한 간단한 간식들이 여행의 마무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차 한 모금과 함께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다과들은 하동의 자연과 조화로운 맛의 순간을 선사한다.

전통 다식
경상남도 하동 녹차 떡과 디저트
간단한 간식
하동 녹차와 식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