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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2026-02-25

디지털 전환이 만드는 산업 AI의 시작 - 글. 세아창원특수강 채민석 전무

산업 현장에서 AI를 이야기할 때 가장 흔한 오해는 '기술 도입'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제조 현장에서의 AI는 유행처럼 도입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문제의식과 데이터가 만나 자연스럽게 진화하는 결과물에 가깝다. 산업 AI의 출발점은 언제나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 회사의 문제를 데이터로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디지털 전환 시대, 산업 AI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경험 기반 의사결정의 데이터 전환

철강 산업은 고온, 고하중, 분진, 위험 요소가 남아 있는 대표적인 장치 산업이다. 특히 특수강 제조 현장은 수십 년간 숙련 작업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 이는 강점이자 동시에 구조적 한계이기도 했다. 고숙련자의 은퇴, 인적 구조 변화, 고부가 제품 확대라는 환경 속에서 경험과 감을 어떻게 다음 세대의 자산으로 전환할 것인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 지점에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는다. 경험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체계를 고도화하는 것, 그것이 산업 AI의 실질적인 시작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세아창원특수강의 '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이 출발했다.

문제 해결 방식의 변화

디지털 전환의 정의는 단순히 IT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AI 모델을 구축하는 것에 있지 않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연결하고, 해석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는 과정 전반을 의미한다.

세아창원특수강의 디지털 전환 역시 AI 모델을 먼저 설계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공정 데이터, 설비 데이터, 품질 데이터에 더해 작업자의 판단 기준과 노하우를 하나의 체계로 정리하는 작업이 선행됐다. 데이터가 맥락을 갖기 시작하면서 AI는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업무 수행 방식이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작은 실험을 반복하며, 실패를 축적해 확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 디지털 전환은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언어를 바꾸는 일에 가깝다.

디지털 전환 사례: 현장에서 검증된 산업 AI 적용

디지털 전환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2단조 소재 추적 ▲Bar 카운팅 ▲소재 길이 측정 ▲소재 사이즈 ▲콕스 롤 가이드 셋팅

반복 공정의 자동화와 작업 환경 개선

디지털 전환 사례는 현장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출하 전 라운드바 번들 수량을 작업자가 직접 확인하던 공정에서는 직경 1.6mm 라운드바 216개를 하루 종일 눈으로 세는 반복 작업이 필요했다. 이 공정에 스마트 카메라와 태블릿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해, 정렬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화면상에서 수량을 자동 인식하고 기록하도록 개선했다. 이는 세아창원특수강의 첫 AI 적용 사례로, 작업자 피로도를 줄이고 오류 가능성을 낮췄다.

머신비전 기반 공정 고도화

이후 적용 범위는 확대됐다. 머신비전을 활용해 단조 공정에서 형상과 치수를 측정하고, 시속 50km로 이동하는 압연 소재의 절단 길이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우주항공용 소재 생산 과정에서는 복잡한 가열로와 이송 공정에서 위치가 변하는 소재를 추적하기 위해 머신비전 기반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이는 항공사 인증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AI가 현장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현장의 판단을 보완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디지털 전환은 자동화를 넘어 의사결정의 정확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운영이 만드는 제조 경쟁력

디지털 전환

AIST에서 'AI를 활용한 내화물 침식 예측 모델'을 발표한 채민석 전무

Data Forge와 데이터 인프라 구축

디지털 전환의 필요성은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 더욱 분명해진다. 세아창원특수강은 공장 내 데이터를 통합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재설계하고, 오픈소스 기반 데이터 플랫폼 'Data Forge'를 구축했다. 각 공장에서 수집되는 1초 단위 데이터는 엣지 서버를 거쳐 클라우드에 저장되며, AI 모델은 이를 기반으로 학습한다. 검증된 모델은 다시 현장 서버에 적용돼 조업 가이드 제공과 품질 예측에 활용된다.

이처럼 AI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술 이전에 구조가 필요하다. 데이터가 흐르고, 분석되며, 다시 현장으로 환류되는 순환 체계를 갖출 때 비로소 산업 AI는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사람 중심의 디지털 전환 문화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약 430명의 임직원이 데이터 리터러시 교육을 이수하고, 이 중 100여 명은 빅데이터와 AI에 대한 심화 교육을 받아 실질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갖추고 있다. 매년 진행되는 데이터 분석 경진대회와 같은 내부 프로그램은 AI를 특정 부서의 과제가 아닌, 전사적 업무 문화로 정착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조 기업의 경쟁력은 무엇을 생산하는가를 넘어, 공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고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제공하는가에 달려 있다. 디지털 전환 시대의 산업 AI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장의 감을 데이터로 전환하고 그 데이터를 다시 현장에 돌려주는 순환 구조 속에서 완성된다.

AI 과제는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과제가 누적되면서 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수년간 축적된 데이터 기반 업무 수행 방식은 단기간의 성과를 넘어 조직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결과보다 문제 정의에 집중하고, 데이터를 통해 판단하며, 실패를 다음 시도로 연결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

철강 시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세아창원특수강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7년 이상 이러한 디지털 전환과 AI 기반 업무 수행 방식을 꾸준히 축적해 온 시간이 있다.

디지털 전환

앞으로 제조 기업의 경쟁력은 단순히 무엇을 만드는가를 넘어, 공정을 어떻게 운영하고 고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제공하는가에 달려 있다. 산업 AI는 화려한 기술의 이름이 아니다. 산업 AI의 미래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장의 감을 데이터로 바꾸고 그 데이터를 다시 현장에 돌려주는 이 순환 구조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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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콘텐츠는 (주)한국산업지능화협회가 발행한 『2025 산업AI 혁신사례집』에 수록된 세아창원특수강 채민석 전무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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