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물류와 철강을 연결하는 영업 리더인 이지훈 팀장은 주말이 되면 캠핑 트레일러를 끌고 떠나는 베테랑 캠퍼로 변신한다. 그의 일상은 두 개의 축 위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나는 성과와 책임, 다른 하나는 가족과 자연이다. 캠핑장에서 만난 그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열심히 쉬고, 그 힘으로 다시 즐겁게 일한다는 그의 취미를 들여다봤다.
캠핑으로 마주한 또 다른 나
자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자신
이지훈 팀장의 첫번째 텐트는 2013년 어느 날, 당일치기 나들이용으로 구매했던 것이다. 처음 캠핑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저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자연 속에 머무는 시간이 쌓이면서 그는 그곳에서 가장 솔직한 자신을 마주하게 됐다. 회사에서 짊어지는 책임이나 사회와 타인의 기대를 잠시 내려놓고, 본래의 나와 가장 가까워지는 경험이 차츰 쌓였다.
그는 캠핑을 통해 스스로가 누구인지 다시 확인하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회사에서는 늘 누구의 상사, 누구의 동료로 불리지만, 숲에 들어가면 그저 한 사람으로만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바람의 방향을 느끼고,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이유다.
시행착오가 만든 '베테랑 캠퍼'
'베테랑 캠퍼'라는 별명을 얻기까지 시행착오도 있었다. 텐트를 제대로 치지 못해 밤새 바람에 시달리기도 했고, 비 오는 날 장비를 잘못 챙겨 곤란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은 그를 더 오래, 더 깊이 자연과 연결해 주는 밑거름이 됐다.
"비를 맞고, 춥고, 밥도 제대로 못 해 먹은 날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날들이 지나고 나면 다음에는 더 잘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여름 폭우와 강풍 속에서도 텐트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들을 올려다본다. 겨울이 되면 자고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섰을 때 온 세상이 눈으로 뒤덮인 설중캠핑의 풍경을 마주한다. 불편함을 견디는 시간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가족과 함께 쌓아온 캠핑의 시간
혼자에서 함께로 바뀐 여행
주말이면 가장 먼저 짐을 꾸리고, 가장 늦게 철수하는 캠핑 애호가가 되기까지, 그의 곁엔 언제나 가족이 있었다. 혼자 시작했던 캠핑이 어느새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 되었고, 시간은 그 경험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가족들이 캠핑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탐탁지 않아 하는 면이 컸다. 굳이 밖에 나가 불편하게 잘 이유가 있냐는 핀잔도 들었다. 그러나 몇 번 함께 다녀온 후에는 오히려 다음 여행을 묻기 시작했다.
불편함 속에서 발견한 가치
이지훈 팀장은 캠핑을 '불편함 속에서 좋은 점을 찾는 경험'이라고 표현한다. 펜션이나 호텔보다는 불편하지만, 가족이 모여 함께 텐트를 치고 머물 자리를 만들며 서로에게 집중하고,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과정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집에서와 다른 얼굴을 캠핑장에서 마주할 수 있다.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는 대신 불 앞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준비한다. 그렇게 가족과 함께한 캠핑이 벌써 10년을 훌쩍 넘었다. 비 오는 날 텐트 안에서 듣던 빗소리, 갑자기 불이 꺼져 다 같이 웃었던 순간, 새벽을 깨우던 새소리까지 캠핑의 기억은 가족의 대화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캠핑카로 이어지는 새로운 꿈
캠핑용 카라반도 가족의 선택이었다. 덕분에 사계절 내내 여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캠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잠'이라고 강조한다. 잘 자야 여행의 피로가 풀리고, 다시 떠날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주차와 운전은 쉽지 않지만, 카라반은 가족과의 시간을 더욱 안정적으로 이어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됐다.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캠핑을 이렇게 오래 취미로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제 그는 새로운 꿈을 품고 있다. 바로 가족과 함께 캠핑카로 세계를 누비는 일이다. "유튜브에서 직접 만든 캠핑카로 대륙을 횡단하는 가족을 봤어요. 당장은 우리나라의 캠핑장을 하나씩 가보는 것이 먼저지만, 간절히 바라다보면 언젠가 우리 가족이 함께 더 긴 여정을 떠나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다시 일상을 지탱하는 힘, 캠핑
그에게 캠핑은 탈출이 아니다. 일상에서 도망치는 시간이 아닌, 일상을 더 지속하기 위한 충전의 시간이다. 반복되는 업무와 주어지는 책임, 예측 불가능한 변수 속에 그는 캠핑을 통해 자신의 속도를 되찾는다.
"사람들은 캠핑을 쉬러 가거나, 멀리 놀러 가는 것만으로 생각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단순히 쉬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버틸 힘을 찾기 위해 떠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닌, 더 잘 살아가기 위해 제 삶을 정비하고, 점검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인의 하루는 규칙적이지만 그만큼 쉽게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 역시 반복되는 일상에서 점점 무뎌지는 자신을 마주한 적도 있다. 그때마다 떠났던 캠핑은 그를 다시 활짝 웃게 했다. 불을 피워 물을 끓이고, 텐트 안에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밤, 일상에서 잃어버리기 쉬운 감각들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회사에서는 많은 일이 시스템으로 돌아가지만, 캠핑에서는 스스로 불을 붙이고 물을 데우며 자연과 호흡해야 한다. 그는 그 과정이 자신을 다시 살아 있게 만든다고 했다. 예전에는 바쁘면 더 버티는 쪽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한 번 떠나고 돌아오면 해결될 문제라는 걸 알고 있다. 여행은 그렇게 그의 삶의 리듬이 됐다.
"물류는 연결하고, 철강은 지탱합니다. 저에게 캠핑은 저와 가족을 연결하고, 삶을 단단히 지탱해 주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그는 세아가족에게도 잠시 업무의 긴장을 내려두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휴식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한다. 쉼은 끝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출발이고, 잘 쉬는 힘이 곧 다시 일어서는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