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s+ 2025-09-17
울진 여행, 숨어 있는 명소를 찾아서

여름은 탈출을 꿈꾸게 하는 계절이다. 일상을 떠나 시원한 바닷바람과 푸른 숲을 떠나고픈 마음을 실행으로 옮기게 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도시의 답답함과 빼곡하게 들어찬 하루를 뒤로하고, 자연이 숨 쉬는 곳으로 향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해소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동해안의 청정 자연을 품은 경북 울진은 고즈넉한 해변과 그림 같은 해안도로, 신비로운 동굴이 어우러져 1년 내내 여행객들의 발길이 닿는다. 오늘, 울진에서 만날 수 있는 세 곳의 명소를 소개한다.
울진 숨은 명소, 잔잔한 해변이 매력적인 후정해수욕장

후정해수욕장은 울진 읍내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고운 모래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이 해변은 길이 1.5km에 이르고, 수심이 완만하면서도 파도가 잔잔해, 가족 단위 피서지로도 인기가 높다. 푸른 물빛과 새하얀 모래알이 반짝이는 백사장, 그 뒤로 펼쳐진 송림의 조화가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어루만진다.
특히 후정해수욕장은 인근의 유명한 곳에 비해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여름 성수기에도 북적이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한적한 백사장 위를 맨발로 걸으면서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으면 어느새 복잡한 생각도 사라진다.
해변 뒤편으로 길게 이어진 소나무 숲은 해풍을 맞다보니 자연스럽게 비스듬히 자랐는데, 이 모습이 마치 동해의 수호신처럼 해안을 감싸 안고 있다. 곳곳에 자리 잡은 벤치와 평상 덕분에 고요히 책을 읽거나 스르르 잠에 빠져들기에도 좋은, 더없이 아늑한 공간이다.
해가 질 무렵이 되면, 붉은 석양이 수면 위에 드리워지고, 후정해수욕장은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잔잔한 파도와 갯벌, 저녁노을이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조용한 해변에서의 산책을 즐기거나 조개를 줍는 사람도 보인다. 갓 잡은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인근 횟집도 있어, 이곳에서의 여름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소박한 추억의 한 페이지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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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따라 달리는 순간
동해를 따라 이어지는 울진해안도로는 국내에서도 절경으로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특히 죽변항에서 시작해 망양정까지 이어진 약 15km의 구간은 동해의 푸른 수평선과 기암괴석, 아담한 어촌 마을이 모두 모여 절경을 이룬다. 창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푸른 바다와 은빛 파도, 유유히 떠다니는 고깃배의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절로 여유롭게 만든다.

울진의 대표 어항인 죽변항은 활기찬 어시장과 갓 잡은 해산물, 해물라면, 어묵꼬치 등을 통해 소박한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붉게 타오르는 새벽 해돋이는 사진 애호가들을 이곳으로 이끈다.
죽변항을 지나 망양정으로 향하는 길에는 작은 어촌과 아담한 해변이 잇따라 자리하고 있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질 때면, 중간중간 자리한 전망대와 쉼터에 차를 세우고,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가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풍경에 잠시 취해도 좋다.

망양정에 오르면 발아래로 동해와 죽변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곳은 조선 중기의 문신인 이산해가 지었다고 알려지며. 지금의 정자는 1979년에 복원됐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커피 한 잔을 마시면, 호사스러울 정도로 넉넉한 평화를 누리는 기분이 든다.
자연이 빚어낸 신비로운 동굴

성류굴은 울진의 또 다른 명소로, 무려 약 2억 5천만년 전에 형성된 천연 석회동굴이다. 연중 약 20도로 내부 온도가 유지되고, 총 길이 870m의 동굴 안에는 종유석, 석순, 석주, 석회화폭포, 석회화호수 등이 어우러지면서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성류 (聖留)'는 '성스러운 물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으로, 맑은 지하수가 늘 고여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성류굴을 부르는 또 다른 말은 '지하의 금강산'이다. 내부의 석회암 구조물이 여러 봉우리를 이루면서, 마치 금강산의 바위봉우리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동굴 입구에 들어가면 서늘한 공기와 함께 조명을 받아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종유석과 석순이 마치 조각 작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과 바닥에서 자라난 석순이 만나 석주를 이루는 모습은, 자연의 오랜 시간과 인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바닥에서 자라나는 석순이 만나 석주가 되고,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든 석회화의 풍경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성류굴 내부에는 '12경'이라고 불리는 절경이 자리하고 있다. 용궁, 장군바위, 연꽃지대 등 기암괴석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형상은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어,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관람하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중 용궁은 깊은 수면과 거대한 종유석이 만들어낸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데, 물에 거꾸로 잠긴 종유석은 동굴 속 전설의 용을 떠올리게 한다.
계곡에 자리한 천년고찰

성류굴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불영사와 불영계곡이 있다. 천년 고찰의 고즈넉함과 맑은 계류의 청량함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거친 계류를 따라 병풍처럼 둘러선 절벽과 수백 년은 된 고목이 길게 이어지며, 바닥히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물이 바위 사이를 굽이쳐 흐른다.
곳곳에는 작은 폭포와 소(沼)가 형성돼,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특히 불영사 앞, 물에 비친 산과 사찰의 모습은 마치 신비로움을 가득 담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울진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

울진은 시끌벅적한 피서지가 아니라,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조용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백사장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후정해수욕장에서 바다의 정취를 만끽하고, 동해를 따라 달리는 해안도로 위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긴 뒤, 성류굴의 신비로운 세계 속에서 일상 속 시름을 잊어보자. 마지막으로 불영사와 불영계곡과 마주한 풍경을 눈에 담는다면, 완벽한 여행이 될 것이다.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 속에서 천천히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나면, 다시 숨을 쉴 여백이 생긴다. 쉼이 필요할 때. 울진으로 떠나 자연이 내어주는 고요하고도 깊은 시간을 만나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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