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2026-09-07
윙스파 국산화에 도전한 세아, 기술 장벽을 넘어서다- 세아창원특수강·세아항공방산소재 세아업적상 특별상 수상팀
항공용 윙스파 국산화의 탄생
항공기 한 대가 날아오를 때,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물이 그 거대한 무게를 지탱한다. 그중에서도 항공기의 ‘척추’라 불리는 ‘윙스파(Wing Spar)’는 날개를 떠받치는 핵심 구조물이다. 이 핵심 부품은 기술의 문제와 진입 장벽 때문에 오랫동안 해외 수입산에 의존해왔다. 대규모 설비 투자는 물론 엄격한 품질 인증, 그리고 수년에 걸친 검증 과정을 통과해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아창원특수강과 세아항공방산소재는 높은 진입 장벽을 함께 넘어보기로 했다. 그 결심에서 시작된 도전은 항공용 윙스파 단조품 국산화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윙스파 공급이 쉽지 않은 이유
한 번 구축된 공급망은 항공 산업에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윙스파와 같은 핵심 구조 부품은 검증된 공급처만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걸프스트림의 비즈니스 제트기 G280용 윙스파 소재는 오랫동안 해외 공급망에 의존해왔다.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긴 납기와 제한적인 공급 구조로 인해 안정적인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또 다른 장벽으로는 대형 알루미늄 단조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경험이 국내에는 전무하다는 점이었다. 세아업적상 특별상 수상팀은 ‘할 수 없는 조건’에 갇히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기존 자유단조 설비로 해법을 찾다
항공용 윙스파를 생산하는 대형 형단조 설비는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 없이는 구축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업적상 수상팀은 우회로를 선택했다. 바로 기존 설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해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최상민 팀장은 “기존 설비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출발점이었다”며 “기존 자유단조 설비를 활용하면서 금형을 새롭게 설계·제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기본으로 시작한 기술적 난관의 해결
기존 설비를 활용하는 선택은 공정 조건을 처음부터 다시 정의해야 하는 새로운 접근이었다. 시작부터 부딪힌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소재였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소재는 알루미늄이었지만, 세아창원특수강은 철강 단조에 강점을 가진 회사였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이 기존 소재와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다는 점이 문제였다. 알루미늄은 가열해도 색이 변하지 않아 적정 온도를 육안으로 파악할 수 없고, 조금만 조건이 어긋나도 내부 조직 품질이 크게 달라진다.
결국 업적상 수상팀은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관련 논문과 기술 자료를 끊임없이 찾아가며 기술을 하나씩 습득하기 시작했고, 그 후 수없이 이어진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쌓아 나갔다. 이들은 샘플을 반복 투입하고 온도 변화를 직접 측정하는 측온 테스트와 파일럿 테스트를 수행하며 조건별 결과를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적정 가열 조건을 설정할 수 있었다.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QTR 승인
이문수 주임은 단조 조건 도출 과정에 대해 “금형 적용 초기에 발생한 변형, 치수 편차, 표면 불량 등을 개선하기 위해 테스트를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공정 조건을 세밀하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장에서 직접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업적상 수상팀은 백지에서 출발해 그들만의 새로운 공정 조건을 하나씩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기술을 확보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항공 산업에서는 ‘만드는 것’만큼이나 ‘승인받는 것’이 어렵다.
이수진 대리는 “고객사의 까다로운 품질 승인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과제였다”면서, “초도품 검사부터 최종 승인까지 총 8차례의 시제품 제작과 전체 테스트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소재 측면의 검증도 병행하며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편 채취 위치를 정하는 것부터 도면을 새로 작성하고 품질 문서를 구축하는 일까지, 이 모든 과정이 ‘첫 도전’이었다.
그 과정 끝에 얻어낸 QTR(Qualification Test Report) 승인은 단순한 인증이 아니라, 세아의 기술력이 글로벌 항공 산업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성과였다.
윙스파 국산화로 넓힌 국내 항공 산업의 가능성
국산화의 효과는 분명했다. 기존 해외 조달 시 1~2년이 걸리던 리드타임이 약 4~5개월 수준으로 크게 단축됐다. 단순한 납기 개선을 넘어 생산 계획의 유연성과 공급망의 안정성까지 확보한 것이다. 이는 곧 수요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졌고, 국내 항공 산업 전체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번 성과의 출발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었다. 현장의 문제의식, 그리고 ‘해보자’는 결심이었다. 알루미늄 단조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해 논문을 찾아보고, 데이터를 쌓고, 공정을 반복적으로 검증하며 기술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하나의 목표로 완성한 협업의 결과
그 과정에서 연구소와 생산, 품질, 영업, 그룹사, 외부 업체까지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들의 협력 없이는 완성하기 어려운 과제였다. 원소재인 대형 알루미늄 빌렛은 세아항공방산소재가 공급하고, 단조 공정은 세아창원특수강이 담당했으며, 열처리와 같은 일부 공정은 외부 전문 업체와 협업해 진행했다.
이철한 팀장은 “세아항공방산소재가 공급하는 빌렛은 직경 약 35인치(약 890mm)에 달하는 대형 소재로, 국내에서 이 정도 규모의 빌렛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다”면서,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음을 강조했다.
최상민 팀장은 “어느 한 사람의 성과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결국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축적된 수많은 시도와 협업이 하나의 구조를 바꿔낸 것이다.
기술 파트너로 향하는 세아의 다음 과제
윙스파 국산화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닌, 해외에 의존하던 구조를 바꾸고 국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하나의 사례다.
이제 세아는 항공 소재 분야에서 단순한 공급자를 넘어 ‘기술 파트너’로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형단조품 국산화와 후속 공정 확대, 생산 효율 고도화까지 다음 과제를 향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비행기의 구조물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 구조를 바꾸는 순간 산업의 방향도 함께 달라진다. 세아의 도전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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