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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의 가능성을
성장으로 일구는 기업2025년 국제정세와 우리 기업의 과제
안개 속의 가능성을 성장으로 일구는 기업
2025년 국제정세와 우리 기업의 과제
미지수로 가득한 '새해'라는 시간이 우리 앞에 펼쳐졌다. 2024년에서 2025년으로, 숫자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전환점이 바로 지금이다. 그 변화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은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다. 2025년, 기업이 주목해야 할 변화와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첫째로 올해 세계 경제는 작년보다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자 최근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은 여전히 견조한 고용과 소비 지표를 유지하며, 경기 침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도 마냥 좋은 지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규 일자리와 임금 상승률은 정체되고 있고, 은행 연체율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경기 순환 관점에서도 부담이다. 미국 경제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호황을 이어왔으며, 코로나19로 인한 짧은 침체 구간을 제외하면 2013년 말부터 장장 11년째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미국과 사정이 매우 다르다. 유로존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1% 미만의 저성장이 예상되며, 중국 역시 지난해 5% 성장률을 유지하기 버거워 보인다. 한국도 작년 2% 성장에서 올해는 1%대 중반의 저조한 성장이 예상된다. 이마저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따라 어찌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놓여있다.
둘째로 올해는 경제의 몇몇 해묵은 모순들이 표면 위로 떠오를 위험이 높다.
그중에서도 급증한 부채와 재정수지 악화가 대표적인 골칫거리다. 부채 자체가 반드시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가 위축되거나 금리가 오를 때는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세계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93%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 비해 단번에 10%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아울러, 대다수 국가의 재정수지가 악화된 것은 물론, 민간 부채 역시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올해와 내년에 걸쳐 역사적 평균을 훨씬 초과하는 총 10조 달러 규모의 기업 부채 만기가 도래하는 점도 큰 부담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부터 글로벌 기업들의 파산 신청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화려한 증시의 커튼 뒤에 어두운 신용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투자의 거장, 워렌 버핏 회장의 말대로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수영장 물이 빠지고 나면, 누가 옷을 입지 않았는지 밝혀진다’는 말을 곱씹게 만드는 대목이다.
셋째로 올해는 통화정책의 방향성과 시장금리 변동성이 제법 큰 한 해가 될 것이다.
단적으로 지난해 9월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동안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비슷한 폭으로 상승했다. 이는 금리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근 장·단기 금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까닭은 미국 경기가 좋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 더 뿌리 깊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그간 급격히 늘어난 통화 유동성과 정부 재정 악화, 국채 발행 증가 등이 경제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아직 인플레이션의 잔불이 남아 있어 각국 중앙 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점도 시장 금리 안정에 부담을 주는 요소다.
현재 연준은 경기 중립적인 기준금리를 3.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기대 인플레이션과 국채 공급을 반영한 기간 프리미엄을 더하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5.0% 이상을 넘나들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 국채 금리가 미국만의 금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금리는 전 세계 금리의 표준이 되는 ‘국제 금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가 둔화된 유럽이나 우리나라 등 대다수 국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넷째로 올해는 향후 4년간 이어질 트럼프 정부 기간 중 정책 불확실성이 가장 큰 해가 될 것이다.
다만, 트럼프 정책의 불확실성과 부담은 올해를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의 대미 협상과 대응 방식, 그리고 ‘트럼프식 거래 방식’이 자리를 잡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트럼프 1기에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은 해가 지날수록 점차 완화됐다.
물론 그렇다고 지난 트럼프 1기 때에 비해 상황이 녹록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8년 전과 비교해 이번 트럼프 2기는 대중국 제재와 관세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이 추진하는 ‘자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은 단순한 보호무역을 넘어서는 팽창적 고립주의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예기치 않은 나비효과를 일으켜 지구촌 곳곳에 경제적 혹은 지정학적 불안을 심화시키고, 글로벌 교역과 공급망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트럼프의 자국 이기주의 정책 중 일부는 입법 절차를 거쳐 제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단기적 정책 변화가 아니라, 세계 분업 질서의 변화를 촉발하고 기업들에게 비용 부담을 안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와 기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 2기의 환경 변화에 점차 적응하고 대응해 갈 것이다.
이처럼 2025년 새해를 맞이한 지구촌의 경제 기류는 예년과 사뭇 다르고 심상치 않다. 앞서 본 올해의 경제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계 경제는 점차 위축되는 반면, 금리는 되레 오르거나 최소한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과 같기에 이러한 불확실성은 기업의 투자와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소비 심리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또한, 경기 둔화는 부채에 대한 대응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이처럼 복잡한 경제 환경 속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늘 그래왔듯이 모든 위기는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품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계 질서의 큰 지각변동이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본격적으로 전환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공급망 재편의 원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국의 관세율 인상과 중국에 대한 각종 제재 조치는 단순한 소비재 보다 핵심 중간재와 자본재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러한 정책에 속도가 붙을수록, 미국은 균열이 생긴 공급망을 보강할 필요성을 절감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믿을만하고 기술력을 갖춘 우방국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지난 바이든 정부 시절보다 오히려 트럼프 정부 하에서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얻는 한국 기업들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요 산업 후보로는 조선업과 방위산업, 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산업, 전력 기기 산업, 자율 시스템이나 AI 관련 소프트웨어 산업 등을 들 수 있겠다.
요컨대 지금 한국 경제는 중요한 시험대 앞에 서있다. 그리고 새해는 그 시험대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급변하는 세계 질서와 자국 이기주의, 상호 견제와 갈등은 우리 기업들에게 불필요한 사업 비용을 증가시키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산업 구조 개선, 혁신 산업 육성, 에너지 믹스 개편 등 결코 쉽지 않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를 추진할 정치적 리더십의 회복도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제들은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어 해결하는 과정이 길고 험난할 것이며, 그 열매를 맛보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 경제 질서가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면 기업들도 당연히 그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변화하는 환경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이 거대한 파고를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변화를 역이용하고 혁신을 통해 극복하는 공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기업들은 한국 경제의 흐름에 휩쓸려 장기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질 위험이 높다. 기술 개발과 조직 관리, 마케팅 등 모든 부문에서 혁신이 요구 된다. 그러나 변화에 적응하고 혁신하는 기업들은 수년 후, 이 위기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되었음을 자랑스럽게 회고하게 될 것이다. 그 선택의 몫은 기업 스스로에게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