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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추억은 철을 타고
끊을 수 없는
마성의 K-간식떡볶이
끊을 수 없는 마성의 K-간식
떡볶이
새하얀 가래떡과 새빨간 고추장이 철판 위에서 만나면,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간식이 탄생한다. 어린 시절 시장통이나 학교 앞 분식점,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먹었던 추억의 음식, 매콤달콤한 양념에 떡과 어묵, 갖은 채소를 넣고 삶은 달걀과 튀김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세대를 초월한 국민 간식이자 한국인의 소울푸드, 떡볶이의 역사와 매력을 들여다본다.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간식
떡볶이. 이름 그대로 '떡을 볶은 요리'다. 고추장, 간장, 설탕, 고춧가루를 기본으로 한 양념에 떡과 어묵, 대파, 양배추 등을 넣고 볶아낸다. 기본 재료 외에도 라면 사리, 치즈, 만두, 달걀, 튀김 등을 취향껏 곁들일 수 있다. 특히 바삭하고 기름진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맛은 그 풍미를 한층 돋운다. 떡볶이의 맛을 결정짓는 데 있어 재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소스다. 고추장과 물의 비율, 소스의 묽기에 따라 국물 떡볶이와 볶음 떡볶이로 나뉘는데, 단지 물의 양만으로도 전혀 다른 맛과 식감을 만들어낸다. 떡볶이의 기원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시의전서(是議全書)>,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 등 조선시대 문헌에도 떡볶이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떡볶이는 고추장이 아닌 간장 소스로 만든 '궁중 떡볶이'였다. 쇠고기, 표고버섯, 당근, 양파 등을 볶아 떡을 넣어 만든 궁중 떡볶이는 지금도 고급 한정식집이나 잔칫상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현대적인 떡볶이는 1950년대 서울 신당동에서 마복림 할머니가 고추장 소스에 떡을 볶아 팔면서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1970~80년대 분식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민간식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100원, 200원만 있으면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맛볼 수 있었다. 떡볶이 한 접시를 두고 친구들과 둘러앉아 나눠 먹던 풍경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추억이 됐다.
특히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맛보던 떡볶이의 추억에는 철판이 빠질 수 없다. 철판에 떡과 어묵, 채소를 수북이 올려 볶아내던 '철판 떡볶이'는 분식점 스타일과는 또 다른 맛과 재미를 선사한다. 철판은 열을 빠르게 흡수하고 고르게 전달하는 특성이 있어 재료를 균일하게 익힐 수 있으며, 고온을 오래 유지해 강한 화력으로 빠르게 조리할 수 있다. 덕분에 떡의 겉면은 쫀득하고 속은 촉촉하게 익어, 양념과 어우러진 어묵, 채소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게다가 철판 바닥에 살짝 눌어붙은 양념과 재료는 고소한 풍미를 더해주며, 그 부분을 긁어 먹는 재미 또한 떡볶이의 숨은 매력이다. 종이컵에 담겨 나오는 어묵 국물은 말없이 건네는 포장마차의 인심이었다.트렌드의 아이콘
떡볶이의 인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00년대 들어 대형 프랜차이즈 떡볶이 전문점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소스와 재료가 등장했다. 짜장, 카레, 까르보나라를 시작으로 로제, 마라, 허니버터, 트러플 오일까지 다양한 소스와 조합의 신종 떡볶이가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떡볶이 밀키트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인기를 끌고 있다. 캠핑이나 홈파티용 간편식으로도 주목받으며, 맛과 조리 편의성은 물론 ‘캠핑 감성’까지 만족시키는 메뉴로 자리 잡았다. K-푸드 대표 아이콘으로서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떡볶이가 알려지면서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에도 떡볶이 전문점이 생겨나고 있으며, 떡볶이 밀키트는 글로벌 온라인 마켓에서 활발히 판매되며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어묵 대신 해산물이나 치즈를 더하는 등 현지 입맛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며 세계인이 즐기는 K-푸드 간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다시 철판 떡볶이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레트로 열풍과 함께 옛 분식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떡볶이 전문점들이 생겨나며, 철판 떡볶이가 힙한 메뉴로 떠오르고 있다. 넓은 철판 위에 재료와 소스를 볶아 먹는 방식은 ‘레트로 감성’과 ‘먹방 포인트’를 동시에 만족시키며 MZ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음식, 그 이상
떡볶이는 단순한 분식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다. 세대를 잇는 공감의 음식이자,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해 온 국민 간식이다. 매콤달콤한 소스와 쫄깃한 떡의 조화는 언제나 옳고, 철판 위에서 자글자글 끓어오르는 소리와 냄새는 오감을 자극한다.
그 시절의 포장마차부터 지금의 퓨전 메뉴까지, 떡볶이는 어떤 재료와도 조화를 이루는 유연함 덕분에 앞으로도 국민 간식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갈 것이다. 지친 일상을 달래는 달달하고 매콤한 위로 한 입, 떡볶이는 우리에게 음식 이상의 의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