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SeAH

PDF 보기

  • 자연이 고마워서

    동해의 푸른 품,
    울진으로 떠나는 여름 여행

    후정해수욕장, 울진해안도로, 성류굴

    동해의 푸른 품, 울진으로 떠나는 여름 여행

    후정해수욕장, 울진해안도로, 성류굴

    여름은 탈출을 꿈꾸게 하는 계절이다. 이 계절, 우리는 시원한 바닷바람과 푸른 숲을 찾아 일상 밖으로 훌쩍 떠나고픈 마음을 실행에 옮기곤 한다.

    도시의 답답함과 빠듯한 일과를 잠시 뒤로하고, 자연이 숨 쉬는 곳으로 향하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해소되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동해안의 청정 자연을 품은 경북 울진은 고즈넉한 해변과 그림 같은 해안도로, 신비로운 동굴이 어우러져 사계절 내내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이번 여름, 울진에서 만날 수 있는 세 곳의 명소를 소개한다.

    차분한 휴가를 선물하는 해수욕장

    울진읍내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후정해수욕장은 고운 모래사장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조용한 해변이다. 길이 1.5km에 이르는 해변은 수심이 완만하고 파도가 잔잔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피서지로도 인기가 높다. 하얀 모래알이 반짝이는 백사장과 푸른 물빛, 그 뒤로 드리운 송림의 조화는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특히 후정해수욕장은 인근의 유명 해수욕장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져 있어, 여름 성수기에도 북적이지 않는다. 한적한 백사장 위를 맨발로 걸으며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복잡한 생각이 사라진다.
    해변 뒤편으로 길게 늘어선 소나무 숲은 해풍을 맞으며 자연스럽게 비스듬히 자라, 마치 동해의 수호신처럼 해안을 감싸 안는다. 곳곳에 마련된 벤치와 평상 덕분에 책을 읽거나 졸음에 스르르 빠져들기에도 좋은, 더없이 아늑한 공간이다.
    해질 무렵, 붉은 석양이 수면 위에 드리워지면 후정해수욕장은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잔잔한 파도와 갯벌, 저녁노을이 어우러져 마치 수묵화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조용한 해변에서의 산책과 조개 줍기, 갓 잡은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인근 횟집까지, 이곳의 여름은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추억을 남겨준다.

    동해를 따라 달리는 절경 드라이브

    동해의 절경을 따라 이어지는 울진해안도로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특히 죽변항에서 망양정까지 이어지는 약 15km 구간은 동해의 푸른 수평선과 기암괴석, 아담한 어촌 마을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창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은빛 파도, 유유히 떠다니는 고깃배의 모습은 여행자의 마음을 절로 여유롭게 만든다.
    죽변항은 울진의 대표 어항으로, 활기찬 어시장과 갓잡은 해산물, 해물라면, 어묵꼬치 등을 통해 소박한 바다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붉게 타오르는 새벽 해돋이는 사진 애호가들을 이곳으로 이끈다.
    죽변항을 지나 망양정으로 향하는 길에는 작은 어촌과 아담한 해변이 잇따라 펼쳐진다. 수평선 너머로 해가 지는 시간이면, 중간중간 마련된 전망대와 쉼터에 차를 세우고, 붉게 물든 바다와 하늘이 어우러지는 환상적인 풍경에 잠시 취해도 좋다.
    망양정에 오르면 발아래로 동해와 죽변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해를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이라 불리던 이곳은 조선 중기의 문신 이산해가 지었다고 전해지며, 지금의 정자는 1979년 복원됐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호사스럽도록 넉넉한 평화를 선사한다.

    자연이 빚은 신비로운 동굴

    울진의 또 다른 명소, 성류굴은 약 2억 5천만 년 전 형성된 천연 석회동굴이다. 내부 온도는 연중 약 20도로 유지되며, 총 길이 870m의 동굴 안에는 종유석과 석순, 석주, 석회화폭포, 석회화호수 등이 어우러져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성류(聖留)'라는 이름은 '성스러운 물이 머무는 곳'이라는 뜻으로, 맑은 지하수가 늘 고여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성류굴은 '지하의 금강산'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내부의 석회암 구조물이 여러 봉우리를 이루며, 마치 금강산의 바위봉우리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면 서늘한 공기와 함께 형형색색 조명을 받은 종유석과 석순이 마치 조각 작품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방울과 바닥에서 자라나는 석순이 만나 석주를 이루는 모습은, 자연의 오랜 시간과 인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과 바닥에서 자라나는 석순이 만나 석주가 되고,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든 석회화의 풍경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성류굴 내부에는 '12경'이라 불리는 절경이 자리하고 있다. '용궁', '장군바위', '연꽃지대' 등 기암괴석이 만들어낸 다양한 형상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어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관람하면 더욱 흥미롭다. 그중 '용궁'은 깊은 수면과 거대한 종유석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풍경으로, 물에 거꾸로 잠긴 종유석은 동굴 속 전설의 용을 떠올리게 한다.

    계곡에 깃든 천년고찰

    성류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불영사와 불영계곡은 천 년 고찰의 고즈넉함과 맑은 계류의 청량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거친 계류를 따라 병풍처럼 둘러선 절벽과 수백 년 된 고목이 길게 이어지며,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물은 바위 사이를 굽이쳐 흐른다.
    곳곳에는 작은 폭포와 소()가 형성돼,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씻어준다. 특히 불영사 앞, 물에 비친 산과 사찰의 모습은 마치 동양의 신비를 고스란히 담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울진은 시끌벅적한 피서지가 아닌, 자연과 어우러져 조용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백사장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후정해수욕장에서 바다의 정취를 만끽하고, 동해를 따라 달리는 해안도로 위에서 수평선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긴 뒤, 성류굴의 신비로운 세계 속에서 한여름의 무더위를 잊어보자. 마지막으로 불영사와 불영계곡에 마주한 풍경을 사진에 담는다면, 올여름 완벽한 여행이 될 것이다.
    자연이 주는 여유로움 속에 천천히 몸과 마음을 내려놓다 보면, 다시 숨 쉴 여백이 채워진다. 이번 여름, 울진으로 떠나 자연이 내어주는 고요하고도 깊은 쉼을 만나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