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과자. 이름만 들어도 어쩐지 마음이 푸근해지는 이 간식은 한국인의 소울푸드를
대표한다. 갓 구워낸 노릇노릇한 반죽 속 달콤한 팥소(팥앙금)와 고소한 호두 알갱이가
씹히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조화로운 풍미는 마성의 매력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상징이 된 호두과자에는 조막만한 손으로 호두과자 봉지를 꼭 쥐고 하나씩 꺼내 먹던 그
시절의 추억이 스며 있다. 한 세기를 향해 달려가는 호두과자의 모든 것을 들여다본다
호두과자는 1934년 충남 천안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일본의 전통 간식 '쿠루미야끼'에서
착안해 달콤한 팥소와 고소한 호두를 밀가루 반죽에 넣고 틀에 찍어 구워낸 것 이 그
시초다. 이후 천안의 특산물로 자리 잡은 호두과자는 1970년대 고속도로 휴게소에
입점하면서 전국적인 인기를 얻게 됐다.
특히 1970~80년대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고속버스나 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가족 여행이
유행하면서, 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를 사먹는 풍경은 여름철 여행의 한 장면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호두과자가 담긴 종이봉투를 손에 들고 하나씩 꺼내 먹으며
창밖을 바라보던 기억은 여행길의 묘미였다.
호두과자의 매력은 조화로운 맛에 있다. 쫀득한 반죽, 달콤한 팥소의 깊은 풍미, 그리고
고소한 호두의 식감이 한데 어우러져 입 안을 풍성하게 채운다. 이 매력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바로 철로 만든 호두과자 틀이다. 반죽과 속재료를 넣고 200도 이상의
고온을 유지하는 철 틀로 양면을 눌러 구워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호두과자가
완성된다. 과거에는 동판으로 제작되기도 했으나, 열전도율과 유지력이 뛰어난 특수
주물철로 된 틀이 널리 사용되면서 지금의 맛과 식감이 완성됐다. 철 틀은 반죽에 열을
빠르게 전달하면서도 균일하게 익힐 수 있어, 반죽의 바삭함과 팥소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살려준다. 또한 철판에 살짝 눌어붙은 팥소와 반죽이 만들어내는 바삭함과 고소함은
호두과자의 숨은 매력이다. 그 맛은 어린 시절의 정겨운 기억을 소환하며 먹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트렌디한 디저트로의 진화
호두과자의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전통적인 팥소와 호두의 조합을 넘어 최근에는
다양한 퓨전호두과자가 등장하고 있다. 커스터드 크림, 초콜릿, 녹차, 딸기잼 등 새로운
속재료를 넣은 호두과자는 물론, 반죽에 쑥이나 흑임자를 섞어 색다른 풍미를 살린
호두과자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겨냥해 '왕호두과자', '미니호두과자',
'한입호두과자' 등 다양한 크기와 패키지로 출시되며, 전통 간식에서 세대를 아우르는
트렌디한 디저트로 재조명받고 있다.
SNS를 통해 '호두과자 투어', '나만의 호두과자 맛집' 콘텐츠가 유행하면서, 휴게소마다
개성있는 호두과자를 찾아다니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또한 호두과자 밀키트와 냉동 호두과자도 등장해, 집이나 캠핑장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해외 직구 상품으로도 인기를 끌며
미국과 일본, 동남아 등지로 퍼져나가고 있다.
전국 호두과자 맛집
호두과자의 인기는 휴게소별 간식 문화도 함께 만들어냈다. 그중에서도
'천안삼거리휴게소'는 '호두과자의 성지'로 불릴 만큼 유명하다. 1970년대부터 천안
특산물 호두과자를 판매해 온 이곳은 두툼한 반죽과 팥소, 큼직한 호두 알갱이로
여행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안성휴게소'의 호두과자도 인기다. 바삭한 식감과 알찬 팥소로 이름을 알렸으며,
최근에는 치즈크림과 카야잼을 넣은 신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옥산휴게소,
금강휴게소, 서산휴게소 등 충청권 주요 휴게소마다 저마다의 개성과 맛을 자랑하는
호두과자집들이 즐비하다.
호두과자는 단순한 간식을 넘어, 여행길의 추억과 따뜻한 정서를 담은 세대 간의
문화이기도 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풍겨오는 갓 구운 고소한 냄새, 종이봉투를
받아 들고 따끈한 과자를 꺼내 먹던 그 순간은 한국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철 틀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호두과자의 소리와 냄새는 오감을 자극하고, 그 안에
담긴 추억은 길 위의 작은 위로가 된다. 앞으로도 호두과자는 철 틀의 온기와 함께
소중한 기억을 구워내며, 국민간식으로서의 자리를 지켜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