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파머트리는 휴스턴에서 나고 자랐다. 미국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인 휴스턴은 화려함보다는 '일하는 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에너지, 정유, 철강, 물류 산업이 집적돼 있고, 수많은 노동자가 산업 현장을 지탱해왔다. 빌리는 이 도시를 '산업 기반이 강한 전형적인 노동자 중심의 도시'라고 소개한다.
이러한 환경은 그의 직업관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현장을 이해하고, 설비를 알고, 사람과 함께 움직이는 일. 빌리에게 일은 책상 앞이 아니라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성장하는 것에 가까웠다.
그런 그가 SeAH Steel USA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7년 1월이다. 세아제강이 OMK Tube를 인수하며 미국에서 본격적인 제조 사업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그는 인수 이전 유정용 강관(이하 OCTG) 제조사인 OMK Tube에서 유지보수 담당 밀라이트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세아는 미국 시장에서는 이제 막 출발한 회사였지만, 한국에서는 이미 탄탄한 역사를 가진 기업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빌리는 스타트업과 같은 도전적인 환경과 글로벌 제조 기업의 축적된 노하우가 결합된다는 점에서 세아의 인수를 기회로 바라봤다. 회사의 장기적인 성공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겠다는 기대 속에 세아의 일원이 됐다.
SeAH Steel USA에서 빌리의 역할은 회사의 성장과 함께 확장됐다. 처음에는 유지보수 담당자로 현장을 지켰고, 인수 이후에는 툴링 업무 지원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이후 부서가 성장하면서 툴링 리드를 맡게 됐고, 튜빙 밀 오픈과 함께 조직이 확대되자 슈퍼바이저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2년 전부터 슬리터 부문까지 총괄하게 된 그는 생산의 출발점인 슬리터와 설비 품질을 좌우하는 툴링 두 팀을 동시에 이끌고 있다.
슬리터가 없다면 튜빙 생산에 필요한 강재를 공급할 수 없다. 그는 일일 업무 관리부터 현장 문제 해결까지 슬리터팀과 함께 움직인다. 두 명의 숙련된 크루 리더는 '안전 최우선, 품질은 필수'라는 SeAH Steel USA의 핵심가치를 팀 전체에 교육하고 있다.
두 개의 밀과 슬리터를 지원하는 툴링팀은 밀스탠드를 제작해 운영팀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세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팀 리더와 팀원들은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관리해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한다. 빌리는 팀 운영과 함께 부품과 롤 재고를 관리하고, 엔지니어링 부서와 협업해 설비 개선에도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