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하다

탄소 중립과 수소 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을 세우다
세아제강 R&D센터 제품개발팀 김성웅 팀장
탄소 중립과 수소 경제를 떠받치는 든든한 기둥을 세우다
세아제강 R&D센터 제품개발팀 김성웅 팀장
기술은 언제나 세상보다 조금 먼저 움직인다. 탄소중립과 수소경제라는 화두가 부상하기 훨씬 전부터, 세아제강은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운반하고, 미래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강관 개발. 그 중심에는 20년 가까이 연구개발 현장을 지켜온 김성웅 팀장이 있다. 그는 “좋은 제품은 단순히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신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철강의 전통 위에 미래 에너지의 길을 놓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철강의 미래를 먼저 준비하다
김성웅 팀장은 세아제강 R&D센터 제품개발팀을 이끌며 신제품과 신소재 개발, 용접기술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의 철강 회사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두 번의 도전 끝에 2007년 세아제강에 입사한 그는 기술연구소와 품질경영팀, 선행연구팀을 거치며 신소재와 용접기술을 연구하는 등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연구개발 현장을 지켜왔다.
김 팀장이 입사했을 당시 세아제강의 주력 시장은 석유와 가스 산업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한 분야에만 머물지 않았다. 기존의 전통 에너지 시장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김성웅 팀장은 “기존 사업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에 세아제강은 친환경 에너지와 탄소중립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CCUS와 수소 사업도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철강은 오랫동안 전통 산업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김 팀장은 오히려 철강이 미래 에너지 시대를 이끄는 핵심 산업이라고 말한다. 풍력 발전기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수소 배관, 이산화탄소 이송 배관까지. 에너지가 바뀌어도 그것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강관은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루어질수록 더 높은 성능의 강관이 필요합니다. 결국 철강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 함께 진화해야 합니다.”
기존 석유·가스 시장에서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청정에너지 시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강관 기술을 만들어가는 것. 김성웅 팀장의 연구는 바로 그 미래를 향해 나아왔다.
보이지 않는 탄소와 수소를 옮기는 기술
탄소 중립은 이제 선택이 아닌 시대적 과제가 됐다. 하지만 이미 배출되고 있는 이산화탄소를 하루 아침에 없앨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최근 주목받는 기술이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활용하거나 안전하게 저장하는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다.
김성웅 팀장은 “CCUS의 핵심은 탄소를 얼마나 많이 포집하느냐보다, 포집한 탄소를 얼마나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송하느냐에 있다”고 설명했다. 발전소나 산업 시설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활용 시설이나 저장소까지 배관을 통해 이동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세아제강의 강관이 사용된다.
세아제강은 최근 영국 티스사이드(Teesside) 지역의 대형 CCUS 프로젝트에 약 1,750톤 규모의 스테인리스 강관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탄소 중립 인프라 사업으로, 발전소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북해 해저 저장소까지 이송하는 프로젝트다.
이산화탄소를 운반하는 강관은 일반 배관과는 요구 조건부터 다르다. 이산화탄소는 압력과 온도에 따라 기체와 액체를 오가고, 특정 환경에서는 드라이아이스처럼 고체 상태로 변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배관의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김 팀장은 “배관 온도가 크게 낮아지면 강재는 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따라서 CO₂ 이송용 강관은 극저온에서도 충분한 충격 인성과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세아제강이 인정받은 것도 바로 이러한 기술이었다. 영하 196℃에 이르는 극저온 환경에서 깨지지 않는 저온충격인성, 심해 고압 환경을 견디는 내부식성, 대구경 장척(長尺)관 제조 기술 등 글로벌 시장에서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하며 공급사로 선정됐다.
이는 단순한 해외 수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세아제강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에너지용 강관 기술이 미래 에너지 인프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CCUS와 함께 세아제강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수소다.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인 청정에너지로 꼽히지만, 안전하게 저장하고 운송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특히 수소는 원자가 매우 작아 금속 내부의 미세한 틈까지 쉽게 침투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문제는 금속 안으로 들어간 수소 원자들이 서로 결합해 분자가 되면서 시작된다. 부피가 커진 수소 분자는 금속 내부에 압력을 가하고, 결국 균열이나 파손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수소취성(Hydrogen Embrittlement)’이라고 한다. 바로 이 수소취성이 수소 배관 기술의 핵심이다.
세아제강은 수소 환경에 제품을 약 1,000시간 동안 노출하는 장기 시험을 비롯해 다양한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모든 평가를 통과한 수소이송용 ERW 용접강관은 현재 포항 수소 충전소와 안산 수소시범도시의 배관에 실제 적용되고 있다.
“배관 안을 흐르는 물질이 물인지, 석유인지, 가스인지에 따라 필요한 성능은 모두 다릅니다. 세아의 수소용 강관은 높은 수송 압력을 견디는 내압성과 수소취성에 대한 저항성, 영하 45℃급의 극저온 인성을 갖췄으며, 다양한 시험을 거쳐 안전성을 확보한 뒤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김 팀장은 미래 청정에너지 시대일수록 철강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에너지의 종류는 바뀌더라도 그것을 안전하게 연결하는 인프라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기술.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탄소중립 시대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기반이다.
최적의 조건을 찾아내고 적용하기 위한 ‘반복’
세아제강이 개발한 CCUS용 강관과 수소 이송용 강관은 단순히 새로운 소재를 적용했다고 해서 완성되는 제품이 아니다. 극저온 환경과 고압 조건, 수소취성과 같은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소재부터 성형, 용접, 생산까지 모든 과정이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제품개발팀은 성형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축과 인장 응력을 어떻게 제어할지, 강판의 끝단을 어떤 형상으로 맞물리게 할지, 용접부에는 어느 정도의 열과 압력을 가해야 하는지 등 수많은 조건을 하나하나 바꿔가며 최적의 조합을 찾는다.
그 결과는 모두 데이터로 축적된다. 조건별 충격 시험과 물성 평가를 반복하며 제품 규격과 용도에 가장 적합한 성형·용접 조건을 찾아내고, 이를 실제 생산 공정에 적용한다.
“새로운 제품 하나를 개발한다는 것은 결국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물론 힘든 순간도 있었다. 수소 배관 상용화를 위해 새롭게 도입한 설비를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용접 품질이 기대만큼 재현되지 않았다. 수많은 시편을 제작하고 시험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생산팀과 선행연구팀, 설비보전팀 등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늦은 밤까지 현장에 모여 원인을 함께 분석하고, 조건을 조금씩 바꾸며 반복적으로 시험을 진행했다.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비로소 안정적인 생산 조건을 찾아낼 수 있었다.
김 팀장은 “문제를 해결한 것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현장에서 긴밀하게 소통하며 협업한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완성된 제품 뒤에는 수많은 실패와 반복된 검증, 그리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끊임없는 개선이 존재한다. 연구개발이란 결국 더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가장 오랜 시간을 견디는 일인지도 모른다.
청정에너지의 미래를 여는 사람들
수소와 CCUS는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시장이다. 앞으로 더 많은 국가와 기업이 탄소중립을 추진할수록 관련 인프라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웅 팀장은 앞으로의 에너지 산업이 LNG와 수소, CCUS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융합형 에너지 공급망’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맞춰 세아제강도 단순히 강관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송되는 에너지의 특성과 사용 환경까지 고려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기존 시추 현장부터 미래 청정에너지 현장까지 아우르는 기술 파트너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에게 연구개발의 보람을 묻자 뜻밖에도 가족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둘째 아이가 열 살인데, 유치원에 다닐 때 함께 영덕 풍력발전단지에 간 적이 있습니다. 풍력발전기 아래 기둥을 보면서 ‘저기 보이는 기둥을 아빠 회사에서도 만들어’라고 이야기해 줬는데, 그 이후로 아이는 풍력발전기를 볼 때마다 ‘우리 아빠 회사가 만드는 거야’라고 말하더라고요.” 아이에게는 아버지의 일이 ‘친환경 에너지를 만드는 일’로 기억되고 있었다. “저는 제 일을 하는 것뿐이지만, 그 결과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조금 더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연구개발이 단순히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과도 연결된 일이라고 믿는다. 지금 연구실에서 축적한 기술 하나가 수십 년 뒤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를 만들고, 그 인프라가 다음 세대의 일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이 마지막으로 이야기한 목표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현재 세아제강은 캐나다를 비롯한 글로벌 CCUS 프로젝트 참여를 추진하며 세계 각국의 탄소 포집·저장 인프라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세아제강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장의 핵심 공급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에너지를 연결하는 강관처럼, 연구자의 노력도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탄소를 줄이고, 수소를 안전하게 운반하며,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기술은 모두 그런 묵묵한 연구에서 시작된다.
김성웅 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철강은 과거를 지탱하는 산업이 아니라 미래를 연결하는 산업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 미래는 오늘도 연구실과 생산 현장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실험과 검증, 그리고 사람들의 땀 위에서 조금씩 완성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