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us+ 2026-01-23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진정성 있는 CSR이 필요한 이유 - 글. 유명훈 KoreaCSR 대표
무한 경쟁의 시대, 기업이 도산하고 사라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윤리적, 사회적, 환경적 리스크 관리 실패와 이해관계자와의 신뢰 구축 실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기업들은 더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반면 100년, 200년 이상 이어지는 기업은 분명한 특징이 있다. 품질과 고객 만족 등 기업 본연의 활동에 대한 고집과 철학이 있고, 임직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 또한 협력회사와 지역사회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고려하고, 사회적 요구와 변화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하 CSR)이 조직과 비즈니스의 DNA가 된 기업들이다.
투명성의 시대, CSR은 선택이 아닌 조건
CSR을 외면한 기업은 신뢰를 잃는다
우리는 투명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시대에서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기업은 부도덕한 기업으로 인식되고 결국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어찌 보면 기업은 사회로부터 비즈니스 라이선스를 취득한 기업시민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무를 지고 책임을 다하는 것처럼 기업 역시 이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
다양한 기업의 CSR 전략 사례
더 바디샵이 선택한 CSR 철학
영국에 본사를 둔 화장품 기업 '더 바디샵(The Body Shop)'은 몇 년 전 'Enrich, Not Exploit: It's in Our Hands'라는 새로운 기업 이념을 발표했다. 이는 "어떠한 희생이나 피해 없이 모두가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더 바디샵은 새로운 이념에 맞춰 제품(Products), 사람(People), 지구(Planet)에 관한 사회적 책임과 구체적인 개선 약속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약속을 바탕으로 더 바디샵은 우리가 오늘날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CSR 활동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것은 물론 미래 성장 가능성까지 갖춘 지속가능한 사업 구조 구축에 힘쓰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지역과 함께 만드는 순환경제
커피박을 업사이클링해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지역사회 일자리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 연결한 모델은 '폐기물을 지역의 자산으로 바꾸는 CSR'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기업, 시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생태계를 만든 대표적 사례다.
브랜드의 힘이 된 파타고니아의 철학
'지구를 위한 사업'이라는 기업 철학을 실천하며 제품 수선 프로그램, 재활용 플랫폼 구축, 지역 환경단체 지원을 지속해온 파타고니아는 CSR이 브랜드 정체성 자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사회적 책임을 기업 문화에 깊게 심을 때, 고객은 그 기업을 단순히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하게 된다.
핵심 역량을 사회적 가치로 확장한 삼성웰스토리
식음료 및 급식 서비스분야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웰스토리는 기업의 핵심 역량인 '급식 및 영양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해 저소득층 아동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지역아동센터에 질 좋은 식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급식비와 환경 개선을 돕고, 전문 조리사와 영양사가 직접 방문해 올바른 식습관과 식품 위생 교육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전문성과 연결한 이 활동은 기부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와 가치를 만들어 내는 CSR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유니레버(도브)의 진정한 아름다움 캠페인
영국 유니레버의 브랜드인 도브는 '지속 가능한 생활(Sustainable Living)'이라는 철학 아래, 모든 여성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존중하는 '진정한 아름다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전문 모델 대신 일반 여성을 광고에 등장시키고,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적 정의를 확장하는 교육 콘텐츠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여성의 자존감을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도브는 이 활동을 통해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바꾼 기업 성공의 기준
성과 중심 평가에서 가치 중심 평가로
'기업의 성공은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에는 매출 규모와 시장 점유율, 기술력 등 수치적 성과가 기업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의 사회는 기업에게 다른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위해, 누구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가?", "이 기업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요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 구조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고, 기업의 역할 역시 더 넓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고령화, 지역 소멸, 돌봄 공백, 청년 세대의 고용 불안 등 사회적 과제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CSR은 선택이 아닌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가 됐다.
변화하는 시대, CSR의 방식도 진화한다
CSR은 새롭게 등장한 개념이 아니다. 기업은 오랜시간 사회에 환원하고, 또 공동체를 위해 기여하는 활동을 해왔다. 최근 CSR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그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행이 아닌 경영 전략이 되다
먼저, CSR은 '선행'이 아닌 '전략'이 됐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더 이상 연말 행사나 기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의 비즈니스, 브랜드 철학, 이해관계자 모두와 연결되는 장기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혁신이 촉진되고, 가치와 신뢰도가 올라가며,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 형성으로 이어진다.
관계를 만드는 CSR 생태계 전략
다음으로, CSR은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관계 구축'으로 확장됐다. 기업이 사회문제의 '단독 해결자'가 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와 고객, 협력사와 정부, 그리고 시민단체와 함께 '공동 해결자'가 되는 모델이다. 다양한 주체와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가 창출되면서 CSR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생태계 전략이 되어가고 있다.
데이터로 증명하다
마지막으로, CSR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다. 실질적인 성과와 임팩트를 측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활동의 효과를 정량적이고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이제 CSR에서 스토리보다 중요한 것은 '증거'다.
지역사회 문제에 집중하는 CSR 활동
최근 기업 사회공헌 활동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 단위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을 기획한 후, 브랜딩하거나, 임직원 봉사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등 사회복지 중심의 기부형태가 사회공헌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지역 고유의 특성과 한계를 고려한 문제 발굴과 지역 자원 결합을 통한 실질적 솔루션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기존의 기업 사회공헌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물고기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물고기를 스스로 잡을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하거나 더 나아가 해당 지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돕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CSR 흐름을 보여주는 국내외의 사례들 역시,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 철학'이 '지역사회문제 해결 노력' 합쳐질 때, 어떠한 사회적 가치가 나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역 이해에서 시작하는 성공 공식
이런 사례들의 공통점은 확실하다. '진정성'과 '전략'이 만나는 지점에서 CSR이 가장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단순 기부나 일회성 봉사활동은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이제는 더이상 보여주기식 사회공헌이 통하지 않는 시대다. 사회공헌을 통해 기업의 어두운 면을 감추고 이미지를 세탁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들을 살펴보면, 무엇보다 각 지역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면밀한 분석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실효성 있고 지속가능한 문제해결 프로그램을 내놓을 수 있으며, 타당성이 높은 솔루션이 지역의 다양한 자원과 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지역사회 문제해결에 집중하는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과 브랜드, 그리고 현지 주민 간의 지속적인 접점을 창출하고, 제품과 서비스, 사업모델, 인프라 등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을 상시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역정부 및 주민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확보하고, 다음 세대와의 유대관계를 강화해 충성도 높은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중요한 기회를 얻는다.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통해 존경받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동시에 지속가능한 사업 경쟁력까지 강화할 수 있는 지금, CSR은 더 이상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더 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과제가 된다.
CSR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기업의 '존재 방식'이다
많은 이들이 필자에게 "CSR이 기업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가"라고 묻지만, 이제는 질문이 "CSR 없이 기업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오늘날 소비자는 제품보다 '가치'를 구매하고, 직원은 연봉뿐 아니라 '의미'를 중요하게 바라본다. 오늘의 지역사회는 기업의 '영향력'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투자자들은 재무성과 못지않게 '비재무적 가치'를 평가한다. CSR은 기업이 사회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자, 기억이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언어다.
사회문제 해결을 향해 내딛는 작은 행동은 시간이 흐르면 기업의 가장 큰 명성이 되고, 위기 상황에서는 가장 든든한 신뢰 자본이 된다.
CSR은 유행이 아니다. 기업이 오래 사랑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오래된 동시에 가장 현대적인 전략이다. CSR은 비용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기업이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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