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2026-10-26
원자력 후행주기 시장의 문을 연 기술과 협업- 세아베스틸 세아업적상 은상 수상팀(원자력사업본부)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력은 단 한 번의 실수가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전력 생산 후 남은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위험도가 높고 안전 관리가 까다로워 기술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은 분야로 꼽힌다. 원자력 시장 진입 이후 굵직한 레퍼런스를 쌓아나가던 세아베스틸이 이번에 화제의 중심에 섰다. 사용후핵연료를 습식 저장시설로 안전하게 운반하는 특수 운반 용기(CASK)의 제작 및 납품에 성공하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입증해 낸 것이다. 수주부터 최종 납품에 이르기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그 긴박했던 여정을 들여다봤다.
원자력 후행주기 시장에서 찾은 새로운 사업 기회
사용후핵연료 운반 과제에서 시작된 한수원과의 협력
원자력 후행주기 시장은 미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장으로 꼽힌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국내 원전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사용후핵연료 처리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사용후핵연료를 쌓아두기만 할 뿐 이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은 드물었다. 원자력 분야 특성상 요구하는 기술 수준이 매우 높고, 진입 장벽이 견고해 아무나 쉽게 진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아베스틸은 어떻게 이 좁은 문을 뚫고 신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걸까? 이번 수주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직면한 긴급 현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박종술 차장은 그때의 긴박했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기존에 쓰이던 KN-18 운반 용기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면서 당시 사용후핵연료 운반에 큰 차질이 생긴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저장조가 포화돼 연료 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오면 원전 가동까지 중단해야 하는, 그야말로 국가 전력 수급의 비상사태가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한수원으로서는 이 위기를 함께 돌파할 신뢰성 높은 파트너를 반드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CASK 제작 실적을 바탕으로 확보한 신뢰
이 국가적 과제 해결을 위해 세아베스틸 원자력사업부가 참여했다. 당시 세아베스틸은 글로벌 원자력 기업인 미국 오라노(Orano)사의 TN-40HT를 성공적으로 제작하며 까다롭기로 소문난 고난도 CASK 제작 기술과 실적을 엄격하게 검증받은 상태였다. 입증받은 기술력을 무기로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던 세아베스틸과 확실한 돌파구가 필요했던 한수원의 니즈가 정확히 맞물린 순간이었다. 세아베스틸은 이 신뢰를 기반으로 단계적인 준비를 밟아가며 마침내 2026년 6월, 한수원이 전략적으로 추진 중인 건식저장사업의 유자격 등록을 국내 최초로 취득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사용후핵연료 운반용기 KN-18 CASK의 기술력
국내 표준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운반하는 호환성
치열한 노력 끝에 탄생한 세아베스틸의 KN-18 CASK는 설계의 완성도와 방사선 안전성을 극대화한 최고 수준의 용기로 평가받는다. 권영현 차장의 설명에 따르면 KN-18 CASK의 무기는 뛰어난 ‘호환성’이다. 국내 표준 원전인 한빛 3·4·5·6호기 및 한울 3·4·5·6호기의 가압경수로(PWR)에서 발생한 CE 16×16 사용후핵연료 집합체를 모두 수송할 수 있다. 한 번에 최대 18다발까지 건식과 습식 방식으로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별도의 압력 방출 장치 없이도 화재 시험과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 0.7MPa의 최대정상운전압력(MNOP)을 견고하게 견뎌낸다.
국내외 안전 기준에 따른 설계와 검증
안전 기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아베스틸의 KN-18 CASK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고시는 물론,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SSR-6, 미국 NRC(원자력규제위원회)의 10 CFR Part 71 등 까다로운 글로벌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검증된 구조적 건전성과 방사선 차폐 능력은 기본, 작업자의 방사선 피폭(접촉) 선량 최소화, 현장 운용 안전성, 핵분열 연쇄 반응 제어, 열적 건전성 및 방사성 임계 제어 능력까지 완벽하게 갖추며 세아베스틸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였다.
까다로운 인허가와 제작 과제를 해결한 과정
위상배열 초음파 탐상검사 도입을 위한 실증과 설득
물론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촉박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통상 1년 정도 소요되는 까다로운 규제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해 내야 했던 것이다. 김병석 차장과 정재헌 차장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자력 사업의 특성상 보수적인 규제의 벽을 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일이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함께 밤낮으로 머리를 맞댔던 김수헌 과장도 공감했다. 당초 한수원 기술규격서는 210mm 두께의 용접부에 대해 전통적인 방사선 투과검사(RT)를 요구했다. 그러나 두께로 인한 방사선 후방산란으로 불합격 판정이 불가피한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업적상 수상팀은 최신 비파괴 기술인 위상배열 초음파 탐상검사(PAUT) 도입을 목표로 대체 요건을 정밀 분석하고 실제 용기와 동일한 모의 시편(목업)을 제작해 실증 시험에 돌입했다. 요건 변경이 극도로 어려운 원자력 분야였지만 이들은 정공법을 택했다. 직접 규제 기관 앞에서 구체적인 데이터와 목업 자료를 펼쳐 보이며 기술력을 신뢰할 수 있도록 설득한 것이다. 그 결과 PAUT가 용접부 결함을 100% 검출하고 3차원 정량 분석까지 수행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최종적으로 승인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원자력 품질보증 요건을 갖춘 공급망 확보
촉박했던 타이밍, 그리고 까다롭고 엄격하기로 유명한 원자력 구매 시스템도 풀어야 할 문제였다. 맨땅에 헤딩하듯 스스로 부딪치며 배우던 시간, 하원일 사원은 “역설적이게도 고된 경험이 구매 시스템 구조를 본질적으로 이해하게 된 최고의 계기가 된 것 같다”며 그때를 떠올렸다. 원자력 품질보증 시스템(ASME/KEPIC 등)을 갖춘 최적의 업체를 신속히 발굴해 발주를 진행하고, 현장에 자재를 긴급 투입해야 할 때는 공급사를 직접 찾아가 공정 관리를 독려하기도 했다. 모든 과제가 마무리될 때까지 팀원들은 오직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 원팀으로 뛰었다.
원칙과 협업으로 완성한 KN-18 CASK 납품
“현장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눈앞의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 구성원들은 모두 속도보다 원칙을 선택했습니다.”
김태완 과장의 설명이다. 이렇듯 업적상 수상팀은 각자 맡은 자리에서 정해진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는 것으로 최고 수준의 품질과 신뢰라는 시너지를 만들었다. 어느 특정 부서의 헌신에 의존한 것이 아니라 ‘결함 제로(Zero)’와 ‘완벽한 납기 준수’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위해 모든 팀이 자발적으로 발 벗고 나서는 전사적 몰입도를 보여준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로 뭉치면 아무리 진입 장벽이 높고 까다로운 과제라도 못 해낼 일이 없다는 강력한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겨례 사원의 말이다.
건식저장사업을 향해 넓혀가는 원자력 후행주기 사업
건식저장사업 수주와 SMR 진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
국내 발전 사업자인 한수원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원자력 후행주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세아베스틸. 이들이 그리는 미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향후 큰 성장이 예상되는 국내 원자력 후행주기 시장의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각오다. 조민수 과장은 “우리 원자력사업본부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최우선 목표는 국내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사업에서 입찰을 수주하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글로벌 원자력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진출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용기 공급을 위한 제작 체계 준비
향후 전개될 건식저장사업은 대규모 용기를 공급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세아베스틸은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본 사업 입찰 참여를 위해 설비 투자와 인력 트레이닝 등 대량 제작 체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선제적으로 준비 중이다. 이번 KN-18 CASK 납품과 유자격 등록 완료로 기술력과 사업 수행 능력을 입증한 만큼 미래 원자력 후행주기 시장의 주역으로 당당히 참여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인허가 승인이 5개월 정도 지연되는 비상 상황이었지만, 팀원들 모두 온몸으로 부딪쳐 가며 값진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앞으로 마주할 신사업에서도 이 경험들이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주리라 믿습니다.” 원팀을 진두지휘한 이두헌 부장의 말이다.
한 가지 일을 경험하지 않으면 한 가지 지혜가 자라지 못한다는 명언이 있다. 매 순간 편법 대신 ‘정도(正道)’를 택하며 한계의 벽을 허문 세아베스틸 원자력사업본부. 위기 속에서 더 단단하게 자라난 이들의 지혜와 열정이 내일의 원자력 시장에 또 어떤 거대한 이정표를 세우게 될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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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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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5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