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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다
불을 다스려
가치를 만드는 연금술사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제2제강팀
김성민 기장 & 박재경 차장불을 다스려 가치를 만드는 연금술사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제2제강팀, 김성민 기장 & 박재경 차장
전기로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3,000℃에 가까운 아크열이 고철을 녹이고, 1,600℃가 넘는 쇳물이 흐르는 현장에는 단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 불 앞에서 안전한 공정을 이끌고, 누군가는 데이터를 붙잡고 '낭비 없는 불'을 설계한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2제강팀 김성민 기장과 박재경 차장은 같은 불을 바라보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나의 목표를 완성해온 사람들이다. 오늘도 두 사람은 '최고의 특수강은 결국 사람의 기본과 책임에서 나온다'는 믿음으로 불의 시간을 함께하고 있다.
다른 자리에서 함께 바라보는 불
전기로는 공장의 심장이다. 심장이 뛰어야 공정이 살아 움직이고, 그 속에서 태어난 쇳물은 제품으로 완성된다.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2제강팀의 하루는 그 심장을 깨우는 일로 시작한다.
김성민 기장은 오전 8시 30분 현장 조회로 하루를 연다. '오늘 조업에 문제 될 것은 없는지', '어제와 다른 변수는 무엇인지'를 대장들과 공유한 뒤 곧바로 현장 점검에 나선다. 안전 그라운드 룰이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작은 미준수라도 발견되면 그 원인을 되짚는다.
2제강공장 전기로 파트의 기장으로서 조업 전반을 총괄하는 그는 작업자들의 안전을 확보하며 공정이 한치의 오차 없이 흐르도록 관리하는 현장의 지휘관이다.
"전기로 현장에서는 작은 변칙 하나가 큰 사고나 품질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것이 모든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김 기장의 말 속에는 자신의 역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담겨있다.
박재경 차장의 하루 역시 '확인'에서 출발한다. 전날과 주말 사이의 조업 흐름을 다시 살피고, 특이사항이 있었다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점검한다. 전기로 공정은 회사에서 가장 막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투입되는 공정이다. 그의 역할은 에너지와 부자재 투입 비율을 최적화하고, 관행 속 낭비 요소를 찾아 공정 효율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그는 자신의 일을 "불이라는 극한의 에너지를 데이터로 통제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두 사람은 같은 팀이지만 서로 다른 자리에서 전기로 운영을 완성한다. 김성민 기장은 현장을 통솔하는 책임자로서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조업을 이끌고, 박재경 차장은 기준과 분석으로 현장을 뒷받침한다.
목표는 같다.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
그래서 두 사람은 매일 의견을 나눈다. 원가가 예상보다 높아진 날에는 '왜 에너지가 더 소모됐는지'를, 작업 중단이 발생한 날에는 '어디서 변수가 시작됐는지'를 함께 짚는다.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공유하며 공정을 다시 '잘 돌아가게' 만드는 일. 전기로를 움직이는 이들의 팀워크는 그렇게 쌓여왔다.
고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마법
김성민 기장이 전기로 앞에 선 시간은 20년을 훌쩍 넘는다. 2001년, "뜨거운 전기로의 불꽃을 직접 다루고 싶다"는 열망으로 세아베스틸(당시 기아특수강)의 문을 두드렸다. 입사 초기 5년은 차축공장에서 제품의 최종 가공 단계와 현장 감각을 익힌 시간이었다. 이후 제강 현장으로 옮긴 뒤 줄곧 최전선을 지켜왔다.
그에게 '불을 다룬다'는 것은 단순히 설비를 가동하는 일이 아니다. 아크가 만들어내는 초고온을 정밀하게 통제해 차가운 고철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이다.
전기로 조업은 투입되는 고철의 성분을 면밀히 파악하는 일에서 시작된다. 불순물이 적은 스크랩을 선별하고, 합금철 등 부자재를 정확한 비율로 배합해 전기로에 장입한다. 이후 전기 아크와 산소를 이용해 용해를 진행한다. 단단한 고철이 순식간에 순수한 쇳물로 변하는 순간, 김 기장은 이 순간을 '불의 마법'이라 표현한다.
그러나 진짜 승부는 그 이후다. 온도와 성분을 얼마나 정교하게 맞추느냐에 따라 품질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온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설비에 부담이 되고, 낮으면 품질 결함의 원인이 된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산소와 부원료를 투입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목표 성분을 확보하는 일. 그는 이 과정을 '제강 기술의 정수'라고 표현한다.
그 모든 과정의 바탕에는 안전이 있다. 냉각수 흐름을 점검하고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폭발이나 비산을 사전에 차단한다. 김성민 기장은 뜨거운 에너지를 다루는 만큼 안전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도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에게 불을 다룬다는 것은 안전하게 최고의 특수강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켜내는 일이다.
쇳물이 뿜어내는 소리와 불꽃의 색깔, 조업 중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은 수십 년간 현장을 지켜온 사람만이 감지할 수 있는 신호다. 그는 이러한 현장의 살아 있는 감각과 정교한 데이터를 하나로 접목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한다. 축적된 경험 위에 새로운 변화를 더하며, 그는 오늘도 현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내고 있다.
"전기로에서 소용돌이치는 뜨거운 불은 회사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심장입니다." 김성민 기장의 말에는 공정을 넘어선 깊은 애착과 책임감이 담겨 있다.
두려움을 이기고 정복해야 할 대상
박재경 차장의 '불'은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2008년 입사와 동시에 2제강 건설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허허벌판에서 공장이 위용을 갖추기까지 설비의 나사 하나, 배관의 흐름 하나까지 직접 확인하며 몸으로 익혔다. "어떻게 운영해야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할까?"라는 질문을 붙잡고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기가 그의 성장의 출발점이었다.
이후 기술연구소에서 보낸 5년은 현장 경험이라는 뼈대 위에 이론을 쌓는 시간이었다. 현장에서 '감'으로 느끼던 현상을 데이터와 이론으로 해석하며 공정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지금 그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공정 효율화와 품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2제강 설비 특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현장 전문가이자, 사내에서 인정받는 조괴(lngot) 엔지니어로서, 관행적인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낭비 요소를 찾고 에너지와 부자재 투입 비율을 최적화하고 있다.
그는 전기로를 이렇게 설명한다. "전기로는 번개를 가두어 쇠를 녹이는 공정입니다. 그 번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다루느냐가 곧 회사의 원가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공정 현상을 데이터와 이론으로 해석해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 뜨거운 불길이 헛되이 흩어지지 않고 오직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데 쓰이도록 하는 것. 그것이 그가 현장에서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불은 반드시 정복해야 할 대상입니다. 불은 뜨겁지만, 그것을 다루는 판단은 누구보다 차가워야 합니다."
박재경 차장에게 불은 가장 강력한 파트너이자 동시에 두려운 존재다. 현장은 뜨겁고, 판단은 차가워야 한다. 그 간극을 견디는 힘이 바로 '불의 장인'이 갖는 품격이다.
그들이 걸어온 장인의 길
그렇다면 이들에게 '장인정신'이란 무엇일까. 두 사람의 답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첫째는 기본과 원칙에 대한 철저함이다. "작은 변칙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성민 기장은 단언한다. 매뉴얼과 안전수칙을 지키고, 적당함을 경계하며, 미세한 부분까지 완성도를 높이는 태도가 숙련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박재경 차장 역시 전기로의 태생적 불안정성을 통제해 '무결점 조업'을 유지하는 상태가 곧 일을 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둘째는 팀워크다. 김 기장은 "이 일은 결코 혼자서 해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선배의 노하우를 존중하고, 후배의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이는 신뢰의 관계가 현장의 시너지를 만든다. 박재경 차장은 현장의 호출에 언제든 응답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머리맡에 둔 휴대폰은 제강 엔지니어로서 현장과 늘 연결되어 있겠다는 다짐의 상징이다.
셋째는 결과다. 전문성은 과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조업 안정화, 원가 절감, 생산성 향상이라는 성과로 증명될 때 비로소 전문가라는 이름이 붙는다. 김성민 기장이 전력 사용량을 줄여 더 나은 출강 결과를 만들며 느끼는 뿌듯함은 장인정신이 숫자로 번역되는 순간이다. 박재경 차장이 공정을 개선해 2025년 불량률 0%를 달성한 경험은 이론과 데이터가 현장 품질로 환원된 결과다.
김성민 기장의 바람은 무재해 사업장을 만드는 것이다. 동료들이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일터와 가정을 지켜나가는 것. 그 위에서 생산 효율을 높이고 팀원들이 보람을 느끼며 회사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그의 목표다. 박재경 차장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고민을 놓지 않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후배들이 더 높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닦아주는 멘토가 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가장 안전한 스마트 팩토리, 웃으며 출근해 웃으며 퇴근하는 현장. 불의 장인들이 꿈꾸는 미래는 결국 사람을 향하고 있다.
전기로 앞에서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뜨거운 불이 움직이고, 차가운 데이터가 그 흐름을 조율한다. 현장과 사무기술의 언어가 맞물릴 때 고철은 쇳물이 되고, 쇳물은 특수강이 된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김성민 기장과 박재경 차장은 오늘도 같은 약속을 반복한다. 기본을 지키고, 안전을 지키고, 품질을 지킨다. 그 장인들의 열정은 세아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