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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찰하다

    ‘완벽’이라는 이름의 감동,
    피지컬 AI 시대
    최고의 파트너가 되는 길

    글.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완벽’이라는 이름의 감동, 피지컬 AI 시대 최고의 파트너가 되는 길

    글. 최재붕 성균관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단언컨대 ‘감동’에서 비롯된다. 지금 세상은 온통 AI에 집중하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는 고객의 감동적인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 놀라운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하고 무인 택시가 시내를 돌아다니는 시대라지만, 만들어진 기술 수준의 디테일이 마지막 고객 경험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시장의 반응은 냉담해지고 만다. 더구나 디지털 시대로 진입하면서 시장경제는 ‘고객이 권력’인 시대로 급속히 이동했다. SNS를 통해 고객의 경험이 확산되면서 국경 없는 온라인 시장에서 매출이 폭발하는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상식이 됐다. 그만큼 고객의 경험, 특히 디지털 문명에 익숙한 디지털 세대의 감동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수출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나라다. 지금껏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기적 같은 발전을 이뤄냈지만,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어야 한다는 시장의 압박이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정부에서는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자고 외치고 있지만 구호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모든 기업은 잘 알고 있다.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우선 글로벌 리더 기업들의 ‘베스트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그 비결은 바로 타협 없는 완벽한 기술력, 그리고 극한의 디테일이 빚어내는 묵직한 감동이다.

    철에 가치를 부여하는 감동의 연금술사

    철강이라는 거칠고 거대한 물리적 실체에 고도의 가치를 부여하는 생산 현장의 연금술사들이 만들어내는 ‘감동’ 역시 이와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쇳물에서 불순물을 극한으로 정제해 내고,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고청정강과 특수강은 이제 단순한 기초 소재를 넘어섰다. 이는 현대 산업이 도달할 수 있는 미학의 정점이자, 인류의 생명과 일상을 넘어 미래까지 굳건히 지키는 위대한 방패다.

    최근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전투기 KF-21의 출고 소식은 온 국민의 가슴에 뜨거운 울림을 줬다. 마하의 속도를 돌파하며 창공을 가르는 전투기의 심장, 터보엔진의 내부 온도는 무려 1,500도를 훌쩍 넘나든다. 이 지옥 같은 열기와 엄청난 압력을 견뎌내며 수만 개의 부품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게 만드는 핵심은 바로 초내열합금 기술에 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팽창하거나 변형되지 않는 완벽한 금속 소재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최첨단 항공 설계 기술도 결코 날아오를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자주포 시장을 석권하며 K-방산의 위상을 높인 K9이나, 적의 도발을 원점에서 타격하는 초정밀 미사일의 뼈대 역시 극도의 정밀함을 갖춘 특수강에서 출발한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전쟁의 공포가 일상화된 오늘날,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방산 기술의 디테일은 그 자체로 거대한 감동을 선사한다. 최근 중동 국가들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대한민국 방산에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붓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실전이라는 가장 가혹한 환경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완벽한 내구성과 신뢰성, 즉 ‘완벽한 디테일’이 주는 감동 때문이다. 우리가 만드는 공구강, 내열소재, 특수강 등은 시대를 넘어 인류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위대한 방패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AI 문명의 산소, 발전 설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힘

    이러한 내열·청정 철강 기술의 진가는 우리의 일상을 넘어 다가오는 미래 문명을 지탱하는 인프라에서도 빛을 발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규모 발전 설비의 심장인 고온 가스터빈이다. 최근 미국에서 대규모 발전 설비 주문이 우리나라로 이어지고 있다. 전력 부족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건립 확대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확보가 필수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모든 빅테크 기업이 AI 경쟁을 위한 거대 데이터센터 건립에 나서면서, 반도체 못지않게 고품질 전력 생산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발전 산업 역시 AI 시대를 주도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베스트 파트너로 떠오른 것이다.

    과거 전기가 인류에게 풍요로움과 편의를 제공하는 수단이었다면,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전기는 곧 ‘산소’와도 같은 존재이다. 거대한 AI 데이터센터를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하기 위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막대한 전력이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한다.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내는 가스터빈의 블레이드는 1,600도 이상의 초고온 가스를 견디며 분당 수천 회 회전해야 한다. 쇳물 속 미세한 기포 하나, 0.001%의 성분 오차만으로도 터빈 전체가 산산조각 날 수 있는 극한의 조건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러한 환경을 견디는 철강 소재의 정밀한 품질이 있기에 우리는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받고 찬란한 AI 문명의 혜택을 일상처럼 누릴 수 있다. 결국 미래 산업의 중심에도 여전히 섬세한 디테일의 연금술사, 철강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포노 사피엔스의 마음을 훔치다, 팬덤 경제를 이끄는 철의 미학

    철강의 가치는 극한의 환경을 견디는 강인함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 웅장한 건축 자재부터 도로 위를 유려하게 달리는 자동차, 거실 한편에 놓인 프리미엄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철은 아름다운 소비재로 변모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마트폰을 통해 전 세계의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비교하는 신인류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기능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현대의 소비자는 제품의 마감, 표면의 질감, 이음새의 완성도와 같은 미세한 디테일을 통해 브랜드의 철학과 진정성을 판단한다. 티끌 하나 없이 매끄러운 자동차의 곡면이나, 차가운 금속 소재임에도 따뜻한 공간의 미학을 완성하는 프리미엄 가전의 세밀한 표면 처리는 고도의 제강 및 압연 기술이 빚어낸 현대의 예술이다. 소비자는 이러한 압도적인 디테일과 예술적 경지에 이른 제품력을 마주할 때 비로소 깊이 감동하며 자발적인 팬덤을 형성해 그 브랜드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며 ‘구독과 좋아요’를 통해 광고에까지 참여한다. 완벽한 소재가 소비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때, 비로소 글로벌 시장의 팬덤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는 것이다. 고객의 감동이 미래 시장을 여는 진정한 힘이 되는 시대다.

    직감에서 데이터로, AI 사피엔스 시대의 새로운 연금술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쇳물에서 불순물을 걷어내고 완벽한 강도를 찾아내는 연금술사의 경이로운 과정은 오롯이 뜨거운 용광로 앞을 지켜온 장인들의 직감과 땀방울, 그리고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에 의존해 왔다. 불꽃의 미세한 색깔만으로 온도를 가늠하고, 기계가 내는 작은 마찰음만으로 상태를 파악하던 인간의 숭고한 헌신이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적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제 시대의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직 인간의 직감에 의존하던 제조의 영역에 AI와 빅데이터를 전면적으로 접목할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수십 년간 켜켜이 쌓인 명장들의 노하우를 정교하게 데이터화하고, 인간의 육안으로는 포착할 수 없는 미세한 변수까지 AI가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스템이 산업 현장을 혁신하고 있다.

    이는 결코 AI가 인간의 자리를 빼앗는 비극이 아니다. 오히려 AI라는 가장 정밀한 도구를 손에 쥔 장인들이 과거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무결점의 경지, 즉 극한의 완벽함을 구현해 내는 연금술의 위대한 진화다.

    결국 기술이 아무리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AI가 산업 전반을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 해도, 우리가 지향해야 할 최종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바로 ‘세상에 감동을 주는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다.

    1mm의 오차를 줄이기 위해 밤낮없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뜨거운 쇳물과 치열하게 씨름하는 제강 현장의 연금술사들이야말로 차가운 철에 따뜻한 생명력과 감동을 불어넣는 이 시대의 진정한 예술가들이다. 예술의 경지에 이른 완벽한 제품력과 디테일로 무장한 세아가족들이, 다가오는 피지컬 AI 시대에 글로벌 리더 기업들의 대체 불가능한 ‘베스트 파트너’로 자리매김해 진정한 연금술의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AI 시대, 여전히 그 승부처는 ‘고객의 감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