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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 명예의 전당
윙스파 국산화로 새 하늘을 열다
세아창원특수강·세아항공방산소재
세아업적상 특별상 수상팀윙스파 국산화로 새 하늘을 열다
세아창원특수강·세아항공방산소재 세아업적상 특별상 수상팀
항공기 한 대가 날아오르는 순간, 그 거대한 무게를 지탱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물이다. 그중에서도 ‘윙스파(Wing Spar)’는 날개를 떠받치는 핵심 구조물로 항공기의 ‘척추’라 불린다. 이 핵심 부품은 오랫동안 해외 수입산에 의존해왔다. 기술의 문제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진입 장벽이었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엄격한 품질 인증, 수년에 걸친 검증 과정을 통과해야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아창원특수강과 세아항공방산소재는 이 높은 장벽을 함께 넘어 보기로 했다. 이 결단에서 시작된 도전은 항공용 윙스파 단조품 국산화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불가능에 가까웠던 시장
항공 산업은 한 번 구축된 공급망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특히 윙스파와 같은 핵심 구조 부품은 검증된 공급처만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걸프스트림의 비즈니스 제트기 G280용 윙스파 소재는 오랫동안 해외 공급망에 의존해왔다. 긴 납기와 제한적인 공급 구조로 인해 수요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장벽이 있었다. 대형 알루미늄 단조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와 경험이 국내에는 전무하다는 점이다. 세아업적상 특별상 수상팀은 ‘할 수 없는 조건’에 갇히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다. 항공용 윙스파를 생산하는 대형 형단조 설비는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 없이는 구축 자체가 불가능하다. 업적상 수상팀은 우회로를 선택했다. 기존 설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해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최상민 팀장은 “기존 설비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출발점이었다”며 “기존 자유단조 설비를 활용하면서 금형을 새롭게 설계·제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이 선택은 공정 조건을 처음부터 다시 정의해야 하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었다. 가장 큰 난관은 소재였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철강 단조에 강점을 가진 회사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소재는 알루미늄이었다. 문제는 알루미늄이 기존 소재와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가열을 해도 색이 변하지 않아 적정 온도를 육안으로 판단할 수 없고, 조금만 조건이 어긋나도 내부 조직 품질이 크게 달라진다. 결국 업적상 수상팀은 가장 기본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관련 논문과 기술 자료를 끊임없이 찾아가며 기술을 하나씩 습득했고, 수없이 이어진 테스트를 통해 데이터를 쌓아나갔다. 샘플을 반복 투입하고 온도 변화를 직접 측정하는 측온 테스트와 파일럿 테스트를 수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했고, 이를 통해 적정 가열 조건을 설정할 수 있었다.
이문수 주임은 단조 조건 도출 과정에 대해 “금형 적용 초기에 발생한 변형, 치수 편차, 표면 불량 등을 개선하기 위해 테스트를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공정 조건을 세밀하게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장에서 직접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업적상 수상팀은 백지에서 출발해 그들만의 공정 조건을 만들어냈다. 기술을 확보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었다. 항공 산업에서는 ‘만드는 것’만큼이나 ‘승인받는 것’이 어렵다. 이수진 대리는 “고객사의 까다로운 품질 승인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 하는 점이 가장 큰 과제였다”면서, “초도품 검사부터 최종 승인까지 총 8차례의 시제품 제작과 전체 테스트를 거쳤고, 그 과정에서 소재 측면의 검증도 병행하며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시편 채취 위치를 정하는 것부터 도면을 새로 작성하고 품질 문서를 구축하는 일까지, 모든 과정이 ‘첫 도전’이었다. 그 과정 끝에 얻어낸 QTR(Qualification Test Report) 승인은 단순한 인증이 아니라, 세아의 기술력이 글로벌 항공 산업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성과였다.
시간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다
국산화의 효과는 분명했다. 기존 해외 조달 시 1~2년이 걸리던 리드타임은 약 4~5개월 수준으로 단축됐다. 단순한 납기 개선을 넘어 생산 계획의 유연성과 공급망 안정성까지 확보한 것이다. 이는 곧 수요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졌고, 국내 항공 산업 전체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번 성과의 출발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었다. 현장의 문제의식, 그리고 ‘해보자’는 선택이었다. 알루미늄 단조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해 논문을 찾아보고, 데이터를 쌓고, 공정을 반복 검증하며 기술을 하나씩 만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연구소, 생산, 품질, 영업, 그룹사, 외부 업체까지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이번 프로젝트는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과제였다.
대형 알루미늄 빌렛(원소재)은 세아항공방산소재가 공급하고, 세아창원특수강이 단조 공정을 담당했으며, 열처리 등 일부 공정은 외부 전문 업체와 협업해 진행했다. 이철한 팀장은 “세아항공방산소재가 공급하는 빌렛은 직경 약 35인치(약 890mm)에 달하는 대형 소재로, 국내에서 이 정도 규모의 빌렛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 자체가 많지 않다”면서, 협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음을 강조한다.
최상민 팀장은 “어느 한 사람의 성과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축적된 수많은 시도와 협업이 결국 하나의 구조를 바꿔냈다.
새로운 역사를 쓴 세아의 주역들
윙스파 국산화는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니다. 해외 의존 구조를 바꾸고 국내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이제 세아는 항공 소재 분야에서 단순한 공급자를 넘어 ‘기술 파트너’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형단조품 국산화, 후속 공정 확대, 생산 효율 고도화까지 다음 과제가 이미 시작됐다. 비행기의 구조물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구조를 바꾸는 순간 산업의 방향도 함께 바뀐다. 세아의 도전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