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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다
기능을 넘어 감각으로,
가치를 완성하다세아씨엠 기술개발실 디자인파트
기능을 넘어 감각으로, 가치를 완성하다
세아씨엠 기술개발실 디자인파트
차갑고 단단한 철강은 ‘기능의 소재’로만 인식돼 왔다. 그러나 표면에 색과 패턴, 질감이 더해지는 순간, 철은 전혀 다른 성격의 소재로 재탄생한다. 건축물의 분위기를 결정하고, 가전제품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로 변화하는 것이다. 세아씨엠 기술개발실 디자인파트는 바로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다. 단순한 외관 설계를 넘어, 독보적인 기술과 섬세한 감각을 결합해 철강에 새로운 생명과 가치를 부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철강에 ‘표정’을 입히는 사람들
세아씨엠은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을 제조·판매하는 철강 판재 전문 기업이다. 그중 디자인파트는 건축 내외장재와 가전제품에 적용되는 프린트강판의 외관 개발을 담당하며, 패턴·색상·질감·광택 등 외관 요소 전반을 설계한다. 동시에 제품 기획부터 개발, 양산, 홍보에 이르는 전 과정에 깊이 관여하며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을 실현하고 있다. 김태훈 PL은 디자인파트를 소개하며 “시장 요구를 분석해 이를 반영한 디자인을 도출하고, 해당 디자인이 생산현장에서 실제 제품으로 원활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디자인파트가 단순히 미적인 요소를 더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아씨엠의 프린트강판은 건축물은 물론이고 엘리베이터와 아파트 현관문 등의 내외장재로 사용되며,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가전제품의 외장재로도 적용된다. 하지만 고객이 처음 접하는 것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샘플이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 또한 디자인파트의 주요 임무다. 제품 개발 이후에도 제안서와 샘플북, 카탈로그 등 다양한 홍보물을 제작해 브랜드 이미지와 제품 경쟁력을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배희진 대리는 “작은 샘플만으로는 완성된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디자인파트에서는 고객이 실제 적용된 모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제품의 설득력이 높아지고, 디자인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도구가 된다.
디자인파트의 또 다른 역할은 시장을 읽는 것이다. 특히 가전제품 분야에서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선호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지역에서는 고광택을 선호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매트한 질감을 선호합니다. 심지어 특정 패턴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시장도 있죠.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소진 과장은 같은 제품이라도 시장에 따라 반응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디자인은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고객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에서 완성된다. 이 모든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 ‘협업’은 핵심 키워드다.
구현 가능성과 시장성을 면밀히 검토한 뒤 제품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홍보와 영업으로 연결한 후 고객 반응을 다시 제품에 반영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기술·품질·생산·영업 부서와 긴밀히 협력한다.
철에 표정을 입히는 연금술
철강이라는 소재에 표정을 부여하는 일. 디자인파트의 역할은 세아씨엠의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같은 소재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정소진 과장은 “색상과 패턴, 질감의 완성도에 따라 같은 제품도 프리미엄 제품이 되기도 하고 일반 제품으로 인식되기도 한다”며 “디자인은 소재를 바꾸지 않고도 그 가치를 완전히 새롭게 정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전제품은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영역에 있는 만큼 외관 디자인이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디자인의 미세한 차이가 곧 제품의 등급과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한다.
김준태 대리는 “멀리서 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 건축물에 적용돼 빛을 받을 때 드러나는 미묘한 깊이감이 있다” 며 “그 ‘한 끗’ 차이가 제품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는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디테일과, 그 디테일이 이끄는 차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컬러강판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외형을 넘어 제품의 등급과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같은 소재가 전혀 다른 제품과 건축물로 인식되는 순간, 디자인이 가진 힘이 발휘되고 새로운 가치가 창조된다.
기술과 감각 사이에서
디자인파트의 작업과 예술의 차이는 ‘기술’에 대한 고려에 있다. 컬러강판 디자인은 자유로운 표현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김태훈 PL은 “순수예술과 달리 산업디자인은 반드시 기술적 한계 안에서 구현돼야 한다”고 말한다. 심미적인 상상력만으로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 생산 설비와 공정, 품질 기준, 원가뿐 아니라 디자인 트렌드와 고객의 선호도까지 모두 고려해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감각과 현실, 즉 기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는다. 생산 가능성과 원가, 품질, 시장성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디자인의 난도는 더욱 높아진다.
이에 대해 김준태 대리는 “건축 자재인 내외장재는 장기간 사용되는 만큼 외관뿐 아니라 내구성과 환경 저항성 등 물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며 “건재 분야의 디자인은 시간과 공간을 견디는 완성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한다. 가전제품 분야의 디자인에서는 소비자의 취향과 트렌드가 중요한 요소로 고려된다.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선택할 때 외관 디자인을 중요하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디자인파트는 색상과 패턴, 질감의 미세한 차이를 통해 차별화를 만들고, 높은 제품 등급과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트렌드와 소비자 취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며 이를 디자인으로 구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많은 제약과 높은 난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파트는 끊임없이 한계를 넘어선다. 구현 가능한 아름다움을 만들고, 차가운 철판을 고유한 감성을 지닌 소재로 바꾸는 것. 그것이 디자인파트가 만들어내는 ‘연금술’이다.
철이 생활의 배경이자 장면이 되는 순간
세아씨엠 디자인파트는 지금까지 약 800여 종의 프린트 패턴을 개발했다. 초기에는 기존 시장을 참고하는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업계의 기준을 만들어가는 위치로 성장했다. 자신들이 만든 디자인이 시장의 트렌드가 되고, 경쟁사가 이를 따라오는 경험도 거듭되고 있다.
이 변화는 디자인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철강 산업에서는 품질과 성능을 기반으로 한 기술 경쟁력과 더불어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결국 디자인은 단순한 외형 개선이 아니라, 제품을 ‘팔리게 만드는 힘’이 된다. 한편, 디자인파트는 기술을 넘어 사회 변화의 중심이 된 AI를 활용해 디자인 결과물의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AI를 ‘대체 수단’이 아닌 실행을 가속화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패턴 생성과 이미지 시뮬레이션, 색상 조합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방향 설정은 여전히 디자이너의 몫이다. 김태훈 PL은 AI 기술의 도입이 디자이너들에게 더 큰 창조적 자유를 부여했다고 설명한다.
“AI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디자인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감각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AI를 어떻게 활용해 더 높은 가치를 만들 것인지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디자인파트는 AI를 활용해 디자이너들이 작업의 방향성을 정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디자인파트의 작업은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끝나지 않는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것은 하나의 소재가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와 제품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감각’이다.
차갑고 단단한 철강 위에 새로운 감성을 입히는 일. 그 과정에서 기술과 감각은 끊임없이 충돌하고 또 결합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철은 더 이상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에 펼쳐진 삶의 배경이자 완성된 장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