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아 명예의 전당

    한계 앞에서 돌파구를 찾고 길을 낸 사람들

    SeAH Steel USA

    한계 앞에서 돌파구를 찾고 길을 낸 사람들

    SeAH Steel USA

    중동 위기에 따른 에너지 인프라 피해로 석유·천연가스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북미 에너지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SeAH Steel USA(SSUSA)에도 피할 수 없는 위기가 있었다. 미국 셰일 시추 환경이 변화하면서 몇 년 새 기존 주력 제품의 경쟁력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이에 SSUSA는 수요 산업의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새로운 시장과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을 마련했다. 그 중심에서 SSUSA의 도약을 이끈 세아업적상 특별상 수상팀을 만나보자.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선택으로 위기에 맞서다

    SeAH Steel USA(SSUSA)는 2016년 세아가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설립한 한국 강관 업계 최초의 유정관 및 송유관 제조 법인으로, 다양한 OCTG(Oil Country Tubular Goods, 유정관) 제품을 생산해 북미 에너지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SSUSA의 기존 주력 제품인 5.5인치 프로덕션 케이싱은 셰일오일·가스 시추에 사용되는 강관이다. 하지만 시추 기술 발전으로 파이프가 더 긴 구간에 사용되고, 반복적인 하중을 받는 등 사용 환경이 갈수록 가혹해지면서 더 높은 사양의 제품 수요가 늘고 있었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업적상 수상팀이 선택한 방법은 사업 영역을 넓히는 것이었다. 이들은 기존의 제품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제품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한 도전에 나섰다.

    “판매와 생산 측면에서 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시장 수요가 높고 5.5인치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는 7.625인치 제품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윤대근 차장은 7.625인치 제품을 타깃으로 정한 핵심 요인으로 ‘수요’와 ‘차별화’를 꼽았다. 미국 내 수요가 증가하고 있던 7.625인치 제품의 시장 규모와 주요 경쟁사의 생산 현황을 살펴본 결과,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불어 7.625인치 제품이 사용되는 서페이스 케이싱(surface casing)에서의 안정성은 5.5인치 제품의 내구성 문제를 보완해 줄 수 있는 확실한 강점이었다.

    효율적인 방법, 확실한 결과

    업적상 수상팀이 수행한 일은 단순히 새로운 제품군을 도출하고 생산 체제를 갖춘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7.625인치 제품에 맞는 생산 설비를 새롭게 구축하는 대신, 기존 설비를 활용해 해당 규격의 제품을 생산하는 방법을 강구해 냈다.

    먼저 생산, 엔지니어링, 유지보수, 툴링, 품질 등 관련 부서와 함께 생산 가능성과 필요한 설비 및 제반 사항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며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2023년에는 신규 사이즈 생산에 필요한 조관 롤과 내면 비드 제거 장치 등 주요 설비를 설계 및 제작하는 한편, 설비 공급업체와 협업해 기존 설비로도 7.625인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성형 설비와 제어 프로그램, 절단 설비 등에 대한 엔지니어링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2024년에는 주요 부품 설치를 마치고 설비 정밀 조정과 시운전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생산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7.625인치 제품의 생산 확대와 안정화를 위해서는 설비와 품질, 전기·제어 시스템 등 여러 분야의 협업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카일 로버츠(Kyle Roberts)는 품질 기준을 세우고 연구소의 분석 역량을 활용해 현장 운영팀을 지원했다. 또한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품질 이슈를 데이터로 분석하고 관련 부서와 협력해 신속하게 해결했다.

    빌리 파머트리(Billy Palmertree)는 엔지니어링팀과 함께 신규 제품에 필요한 롤과 조관 설비의 설치 및 위치 조정을 진행했다. 나아가 설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제품에 맞게 생산 조건을 재정비하는 역할도 맡았다.

    마크 하우엔스타인(Mark Hauenstein)은 전기팀과 함께 설비 개조에 필요한 전기 시스템을 점검하고 모터와 제어 시스템을 조정했다. 용접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설비 설정을 최적화하고, 설비 조작 화면과 제어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한편 절단 설비의 시운전도 진행했다.

    니쿤지 파텔(Nikunj Patel)은 신규 롤 설계를 반영해 성형 설비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고 절단 설비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선했다. 이와 함께 7.625인치 제품에 맞는 롤 설치·조정 절차를 마련하고, 원자재가 설비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도 수정했다.

    이처럼 각 분야의 구성원들이 설비 설치와 개조부터 프로그램 개선, 생산 조건 조정, 품질 관리까지 역할을 나눠 긴밀히 협력하면서 7.625인치 제품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며 함께 발전하다

    기존 설비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험난한 도전이었다.

    파이프 직경이 커지면서 기존 장비가 설계 한계에 가까운 조건에서 작동해야 했고, 새로운 롤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장치 간 간섭도 발생했다. 특히 절단 공정의 한계가 가장 큰 난관이었다. 조시 데용(Josh Dejong)은 “기존 설계만으로는 7.625인치 규격의 파이프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워, 부품을 새롭게 설계하고 설비 전반을 재검토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설비의 구조뿐 아니라 조정 방식도 달라져야 했다. 기존 제품과 7.625인치 제품에 서로 다른 운영 설정 방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와 프로그램을 변경하고, 새로운 조정 시스템과 전용 장비를 현장에 도입했다. 데이비드 그랜섬(David Grantham)은 “단순히 장치 하나를 교체하는 것으로는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없었다”며 “생산라인 내 여러 기기의 상태와 성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새로운 규격에서도 제품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생산 조건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도 사내 유관 부서와 외부 설비 공급업체가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댔다.

    라이언 숄(Ryan Scholl)은 공정 개선과 시험 생산을 반복하면서 성형·용접을 비롯해 비파괴검사(NDT), 나사 가공, 열처리 등 후공정까지 생산 조건을 점검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는 “관련 팀들과 긴밀하게 조율해 신규 직경에 특화된 공정 변수를 파악하고 최적화하기 위한 시험 생산을 기획했다”며, “이를 통해 어떤 공급사의 원자재를 사용하더라도 일관된 치수 공차와 기계적 물성, 완벽한 표면 품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변경된 설비와 작업 방식을 현장에 정착시키는 과정도 필요했다. 새로운 기기 조정 방법과 작업 절차를 작업자들이 정확히 익힐 수 있도록 교육을 병행했고, 시험 생산과 세부 조정을 거듭하며 생산 체계를 안정화했다.

    수개월에 걸쳐 설비 개선과 조건 조정을 거듭한 끝에, 기존 라인으로는 한 번도 생산한 적 없던 7.625인치 제품의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규격에 맞춰 제반 인프라와 공정은 물론, 품질관리 시스템까지 개편했다는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생산 능력 확대를 넘어 기존의 제조 역량을 한 단계 도약시킨 뜻깊은 성과였다.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효과

    2025년 SSUSA는 7.625인치 제품의 상업 생산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7.625인치 제품의 생산 비중이 크게 늘며 제품 구성이 한층 균형을 갖추게 됐다. 이는 수익성 개선과 함께 자체 생산 가능한 제품군과 수주 범위를 넓히는 성과로 이어졌다. 나아가 다양한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역량을 확보하면서, SSUSA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가 남긴 정성적인 성과도 적지 않다. 특히 구성원들의 기술 역량과 문제 해결 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로 꼽힌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산, 툴링, 유지보수, 엔지니어링, 품질 등 각 부서가 설비의 특성과 한계를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됐고, 제품 규격이 커질 때 생산 공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었다.

    부서 간 협업이 한층 강화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결실이다. 각 부서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조직 전체의 대응 역량도 높아졌다.

    코디 힐리고스(Cody Hilligoss)는 “관리자들은 과거에도 여러 설비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경험이 있어 업무 방식과 협업 기준이 잘 정립돼 있었다”며 “여기에 팀원들의 헌신과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해져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무엇보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기존 설비를 분석해 한계를 찾아내고, 이를 극복할 방법을 설계해 실제 생산 능력 확장을 이뤄낸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자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로 자리 잡았다.

    자신감으로 준비하는 새로운 도전

    7.625인치 제품 생산 확대와 안정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낸 SSUSA는 이를 발판 삼아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설비의 생산성과 품질을 더욱 높이는 동시에, 2027년으로 예정된 9.625인치 제품 생산을 위한 새로운 조관 설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규 설비의 조기 안정화를 이루고, 고객에게 보다 다양한 규격과 고품질의 제품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신규 설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현재 생산 라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파이프 끝단의 치수 품질을 개선하고 원자재 폭과 생산 조건, 설비 설정 등을 최적화하는 한편, 7.625인치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장비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내구성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이후에는 후처리 공정까지 단계적으로 개선해 생산 경쟁력과 수익성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신재협 차장은 “앞으로도 많은 도전과 변화가 따르겠지만 최고의 팀에 있기에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더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며 팀원들에 대한 신뢰를 내비쳤다.

    더욱 커진 규격과 새로운 설비를 향한 도전 앞에서도 이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이유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확인한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이제 SSUSA는 이 값진 경험을 다음 도전의 밑거름으로 삼아 더 넓은 시장과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