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캐의 발견
50대 댄싱킹을 만나다
세아창원특수강 마케팅기획팀 조성윤 차장
50대 댄싱킹을 만나다
세아창원특수강 마케팅기획팀 조성윤 차장
누구에게나 그 시절의 노래가 있다. 가사보다 멜로디에 먼저 반응하고, 전주만 들어도 그때로 돌아가게 만드는 마법 같은 곡들. 세아창원특수강 마케팅기획팀 조성윤 차장에게는 90년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그렇다. 가수가 되고 싶었던 젊은 날의 꿈은 직장, 결혼, 육아를 거치며 오랫동안 일상 속에 묻혀 있었다. 그리고 50대에 이르러 마침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은 꿈을 꿨다
2003년 세아창원특수강에 입사한 조성윤 차장은 봉강영업을 시작으로 영업기획, 미래전략, 혁신센터를 거쳐 현재 마케팅기획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고객과 구성원의 반응을 분석해 다양한 콘텐츠와 활동을 기획하는 것이 그의 업무다. 그는 마케팅이란 고정된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묵묵히 맡은 업무를 수행하는 조성윤 차장에게는 또 다른 모습이 있다. 바로 무대 위에서 노래와 춤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팀원들을 이끄는 열정적인 모습이다.
그가 음악과 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고등학교 시절, 다른 활동을 하기 어려울 만큼 비좁았던 방에서 라디오는 세상과 연결되는 창이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와 같은 음악 방송을 들으며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았다. 서태지와 아이들, 현진영, 듀스 등이 새로운 댄스 음악으로 대중가요계를 이끌던 시기였다.
“그 노래를 들을 때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꼭 제가 그 가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중에서도 듀스의 ‘나를 돌아봐’는 특별한 곡이었다.
“도입부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기억나요. 음악 스타일도 좋았고, 무대를 장악하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어요.”
음악을 들으며 언젠가 자신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됐다.
군 복무 중 장기자랑에서는 S.E.S.의 춤을 따라 하며 동료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고, 어학연수 기간에는 친구들과 함께 춤을 추러 다니기도 했다.
“그때는 그냥 좋아서 했어요. 잘하고 못하고를 따질 것도 없이 음악이 나오면 몸을 움직이고 싶었던 거죠.”
하지만 직장 생활과 결혼, 육아가 이어지면서 춤과 노래는 어느덧 뒷전으로 밀렸다. 회사와 집을 오가는 일상 속에서 취미 활동에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꽤 건조하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과 어울리거나 혼자 농구, 동네 조깅을 하는 것 외에는 딱히 즐기는 일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십자인대 파열로 그나마 하던 운동마저 그만두게 되니 제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운동을 쉬면서 혼자만의 시간이 많아지자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늘 일상 곁에 머물러 있던 음악을 떠올렸다. 춤과 노래를 적극적으로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1990년대 음악은 여전히 그의 일상에 남아 있었다. 출퇴근길마다 이어폰을 통해 당시 즐겨 듣던 음악을 꺼내 들었고, 이러한 그리움은 다시 무대에 도전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다시 무대로 향하다
조성윤 차장이 음악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게 된 계기는 교회 찬양팀 활동이었다. 노래를 부르면서 점차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가수들의 고음과 매끄러운 바이브레이션을 따라 해보기 위해 유튜브를 보며 독학하기도 했지만 한계를 느꼈다. 이후 개인 보컬 레슨을 받으며 약 두 달 동안 호흡과 발성, 믹스보이스 등 기본기를 배웠다.
“음악을 전공한 선생님이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시니까 더 재미있었어요. 결과적으로 제 목소리와 잘 맞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직접 시도해봤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니까요.”
지금도 출퇴근길에는 이어폰으로 다양한 노래를 듣는다.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것을 넘어 가수가 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그만의 연습 방법이 됐다.
“노래를 많이 듣다 보면 가수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표현 방식을 알게 됩니다. 많이 듣고 따라 부르는 것이 제게는 가장 좋은 연습 방법이었어요.”
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되어 간다.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운영하는 다이어트 댄스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박자 감각을 다시 익혔고, 이후 다양한 곡의 안무를 독학하며 자신감을 키웠다.
매년 교회에서 열리는 찬양 축제 무대에서도 공연을 선보인다. 공연에 사용할 곡을 선정하고 가사를 직접 개사한 뒤 안무를 익힌다. 이후 함께 무대에 오를 팀원들을 모아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한다.
“간단해 보이는 동작도 수십 번을 봐야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힙합 스텝은 중년의 나이에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팀을 이끄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 연습 도중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하고, 안무와 박자를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는 팀원도 있다. 그는 반복 연습을 통해 팀원들의 호흡을 맞추고 무대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지금까지 ‘아로하’, ‘여름 안에서’, ‘흐린 기억 속의 그대’ 등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렸다.
“처음부터 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끝까지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은 무대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곡을 선정해 방향성을 정하고 협업을 통해 하나의 결과물을 완성해 가는 과정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역량을 조율해 최선의 성과를 만들어가는 마케팅기획 업무와 그 본질이 맞닿아 있다.
마침내 만난 댄싱킹
올해 조성윤 차장은 <전국노래자랑> 광명시편에 출연하며 또 한 번 새로운 무대에 도전했다. 아내로부터 참가 접수 소식을 들은 그는 평소 즐겨 하던 노래와 춤을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서를 냈다.
처음에는 발라드를 준비했지만 예심에서는 자신의 강점을 보다 잘 보여줄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듀스와 현진영의 곡을 선택했고, 자기소개 역시 ‘힙합전사’라는 콘셉트로 정했다.
약 300팀이 참가한 예심에서 그는 랩과 춤을 선보이며 본선 진출자로 선정됐다.
“제 이름이 가장 마지막에 호명됐는데, 떨어진 줄 알고 실망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 이름이 불리는 순간 너무 기뻐서 비명을 질렀죠.”
본선 무대에서는 세아창원특수강 직원임을 소개하며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보여줬다. 그 결과 인기상을 거머쥐었고, 방송 이후 그에게는 ‘50세 댄싱킹’이라는 자랑스러운 별명도 생겼다.
방송을 본 동료들 사이에서는 평소 회사에서 보던 모습과는 전혀 달라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회사에서는 비교적 조용한 편인데 동료들이 제게 이런 모습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좋았어요. 저 역시 무대를 준비하면서 미처 몰랐던 새로운 나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무대 경험이 쌓일수록 그가 가장 중시하게 된 가치는 기교보다 진정성이다. 완벽한 기술보다 음악을 즐기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기 위해 진정성 있는 메시지가 우선되어야 함은 그의 본업인 마케팅기획과도 일맥상통한다.
학창 시절 라디오를 들으며 무대를 꿈꾸던 그는 50대가 된 지금, 다시 음악과 춤을 자신의 일상으로 들여놓았다. 현재는 올 연말 교회 축제 무대를 위해 김건모의 노래를 연습 중이며, ‘힙합전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서태지의 노래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기회가 오든 오지 않든 준비는 해야죠.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만 저에게 지금은 가장 빠른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소년처럼 설레는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조성윤 차장. 회사에서는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가고, 무대에서는 새로운 곡과 안무에 도전한다. 서로 다른 두 무대에서 펼쳐지는 그의 열정은 나이와 상관없이 삶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