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간미학
곡선과 빛의 건축
DDP
곡선과 빛의 건축
DDP
DDP는 꿈꾸고(DREAM) 만들고(DESIGN) 누린다(PLAY)는 뜻을 품고 2014년 3월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섰다. 그 이름처럼 이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꿈을 키우고, 어떤 이는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며, 또 누군가는 다채로운 문화를 누린다. 그 자체로 하나의 디자인 걸작이자, 동시에 디자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복합 문화 공간. 누구나 잘 아는 곳이지만 어쩌면 제대로 알지 못할지도 모르는 DDP를 만나본다.
과거의 토대 위에 세운 미래 가치
외계에서 온 우주선을 떠올리게 하는 이 거대한 건축물은 여성 건축가 최초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故 자하 하디드(Zaha Hadid)가 설계했다.
그는 ‘환유의 풍경(Metonymic Landscape)’이라는 설계안을 통해 동대문이라는 장소가 지닌 역사적·문화적·사회적·경제적 토대 위에 새로운 미래적 가치와 비전을 더하고자 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동대문의 역동성과 활동성이었다. 이를 건축으로 표현하기 위해 직선과 직각 대신 곡선과 곡면, 사선과 사면, 비대칭과 비정형을 활용했다. 자연물과 인공물, 건축물과 도시가 이음새 없이 이어지는 하나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그 결과 DDP는 건물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풍경 그 자체를 연상시킨다. 비정형의 선과 면이 교차하고, 부드러운 곡선이 건축물 전체를 감싸며, 방문객은 건축물 안팎을 이동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을 경험한다.
DDP의 가장 큰 심미적 가치는 건축 그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콘텐츠가 된다는 점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인 이곳은 그 존재만으로도 방문객에게 거대한 미적 체험을 선사한다.
알루미늄 패널로 완성한 자유로운 곡선
이러한 건축미를 완성하는 핵심은 알루미늄 외장 패널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하나의 매끄러운 은빛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약 4만 5천 장의 금속 패널이 정교하게 연결된 장관과 마주하게 된다. 이 패널들은 대부분 서로 다른 크기와 곡률을 지녔다. 동일한 형태를 반복하는 일반적인 건축 방식과 달리, 각 패널이 자신만의 위치와 역할을 가지고 거대한 곡면을 완성한다.
외장재는 두께 4㎜의 알루미늄으로 제작됐으며, 평판과 1차 곡면판, 2차 곡면판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됐다. 특히 하나의 패널에 두 개 이상의 곡면을 가진 복곡면 패널은 DDP 특유의 유려하고 복잡한 외관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DDP에서 금속은 단순히 건축물을 감싸는 외장재가 아니다. 알루미늄이라는 소재의 가공성과 정밀한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곡선을 구현한 디자인의 핵심 요소다.
햇빛의 방향과 시간에 따라 알루미늄 표면은 끊임없이 다른 표정을 만들어낸다. 낮에는 주변 도시와 하늘의 빛을 반사하고, 해 질 무렵에는 곡면을 따라 명암이 깊어진다. 차갑고 단단한 금속은 DDP에서 오히려 가장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건축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밤의 DDP는 또 다른 디자인 가치로 옷을 입는다. 건축물 자체가 새로운 콘텐츠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라이트 DDP’다. 거대한 곡면의 외벽은 초대형 미디어아트 캔버스로 변신하고, 빛과 영상은 알루미늄 패널로 이루어진 건축물의 형태를 따라 흐른다. 평평한 직사각형 건물의 벽에 영상을 투사하는 것과 달리, DDP에서는 곡선과 곡면, 건축물의 유려한 굴곡 자체가 미디어아트의 일부가 된다.
비정형의 구조물 안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문화
DDP의 곡선은 내부까지 이어진다. 전시관과 도서관, 컨벤션홀 등 각각의 공간은 유체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벽과 천장, 조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동선 역시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때로는 극적인 공간의 변화를 선사한다. 즉, DDP의 비정형적인 형태는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라 사람이 공간을 이동하고 경험하는 방식까지 결정하는 건축적 장치다.
이러한 비정형 구조물이 만들어낸 공간은 다양한 성격을 가진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먼저 아트홀 내부 1·2관과 컨퍼런스홀을 중심으로 패션쇼와 공연, 브랜드 행사와 신제품 발표회, 포럼과 컨퍼런스 등 다양한 대규모 행사가 열린다. 뮤지엄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전시 1관과 2관, 디자인둘레길과 둘레길갤러리 등에서 다양한 전시와 디자인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이어 디자인랩에서는 디자인과 창작, 문화 콘텐츠가 어우러진다. 디자인쇼룸과 디자인홀 등 다양한 공간을 통해 디자인 관련 전시와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실내를 벗어나면 어울림광장이 펼쳐진다. 방문객과 시민이 자유롭게 머물고 만나는 열린 공간으로, DDP와 주변 상권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이곳에서는 시민과 예술가가 만나는 ‘DDPlay 버스킹’과 같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노래와 연주, 연극과 댄스, 마술과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려 일상의 문화 공간으로 기능한다. DDP를 둘러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는 이간수문과 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역사관 등을 통해 동대문에 켜켜이 쌓인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문화 콘텐츠와 체험, 쇼핑이 어우러진 DDP마켓에서는 디자인을 보다 친근하고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전시와 공연, 쇼핑, 비즈니스와 교육, 휴식과 역사 체험이 하나의 건축물 안팎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곳 DDP에서 방문객들은 경험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동대문의 시간을 품고, 세계와 이어지다
DDP는 2025년 말 기준 누적 방문객 1억 2,600만 명을 기록하며 서울을 대표하는 목적지형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 주요 매체와 관광 지표에서도 주목받으며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로 성장했다. 하지만 DDP의 가치를 단순히 방문객 숫자나 유명세, 혹은 미래적인 외관만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의미가 훨씬 크고 깊다.
DDP는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세워졌다. 동대문은 오랫동안 서울의 역사와 상업, 패션과 문화가 끊임없이 변화해 온 장소다.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 역시 바로 이러한 역동적인 장소의 맥락 위에 새로운 미래의 풍경을 더하고자 한 설계였다.
오늘날 DDP에는 동대문의 과거를 보여주는 이간수문과 동대문역사관, 동대문운동장기념관 등이 남아 있다. 가장 미래적인 모습의 비정형 건축물과 오랜 도시의 기억, 그리고 전시, 패션쇼, 브랜드 행사, 포럼과 컨퍼런스, MICE 행사, 미디어아트 축제 등 다채로운 창조 산업 콘텐츠가 이 하나의 공간에 공존하는 것이다.
나아가 세계적인 브랜드와 아티스트, 디자이너가 찾는 무대이자 서울의 창의성과 K-디자인을 세계와 연결하는 공공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디자인을 전문가만의 영역으로 두지 않고 시민들의 일상과 연결한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다.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건축물을 걷고, 광장에서 공연을 만나며, 디자인 상품과 콘텐츠를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디자인을 일상 속에서 더욱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디자인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잇고, 대한민국과 세계를 잇는 DDP. 그 연결과 확장의 가치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무척 기대된다.
